황철주 中企청장 내정자 사의 파장… 수백억대 주식처분 부담에 자퇴 朴, 중기정책 ‘상처’

입력 2013-03-18 19:13 수정 2013-03-18 22:09

황철주(54) 중소기업청장 내정자가 18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의 큰 축인 중소기업 정책이 초반부터 흔들리고 있다. 특히 황 내정자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주성엔지니어링의 주식 처분 문제로 사퇴해 엉성하기 짝이 없는 인사시스템에 대한 비난과 함께 공직자윤리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재산형성과정의 문제로 낙마한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를 시작으로,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와 사생활 의혹 등의 문제로 미국으로 돌아간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벌써 3명의 고위공직 후보자가 허술한 인사 시스템 때문에 퇴장했다.

황 내정자는 김종훈 후보자와 함께 내정 당시 박근혜 정부 인사의 꽃으로 평가받았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어젠다인 ‘창조경제’를 이끌 파격인사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사전에 문제가 될 만한 사안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점검 없이 덜컥 인사부터 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드러나 없던 일로 되는 사태가 반복된 셈이다.

규정을 제대로 몰랐던 황 내정자도 그렇지만 이를 내정자에게 사전에 정확히 알려주고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청와대 모두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김형준 교수는 “황 내정자에게 신탁규정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정부에서 먼저 사죄해야지 규정을 몰랐던 내정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현장에 있는 중소기업인이 공직을 맡을 수 없도록 하는 공직자윤리법은 개정돼야 하지만 그 전에 정부의 인사 시스템이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내정자의 발탁으로 현장의 목소리가 정부 정책에 반영될 것을 기대했던 중소기업계는 사퇴 소식이 알려지자 크게 실망했다. 업계는 기업인이 공직에 나갈 수 없게 만드는 공직자윤리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인을 공직에 앉혀놓고 주식 매각을 강요하는 것은 결국 회사를 버리라는 뜻”이라며 “황 내정자는 회사를 위해 자신의 입신을 포기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벤처기업협회장을 역임한 조현정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직이 끝난 후에도 2년 이내에 관련업에 종사할 수 없기 때문에 혼신을 다해 키워온 주성엔지니어링을 공직자가 되기 위해 매각해 남의 회사로 만든다는 것도 큰 부담이었다고 한다”며 법 개정 필요성을 지적했다.

중기청은 이날 김순철 차장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직원에게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청와대는 즉각 후임 중기청장 인선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에는 행정고시 23회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 부회장과 행정고사 27회 김순철 현 중기청 차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Key Word : 공직자 주식백지신탁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가 18일 돌연 사의를 표명한 이유로 꼽히는 공직자 주식 백지신탁 제도는 2005년 2월 도입됐다. 장관 등 1급 이상 고위 공직자(부처에 따라 4급 이상 해당)와 국회의원 등은 재임기간 중 공정성 시비를 막기 위해 본인·배우자·직계존비속 등이 보유한 주식 합계가 3000만원 이상이면 매각 또는 처리 전권을 타인에게 위임하는 ‘백지신탁’을 해야 한다. 수탁기관은 주식신탁을 받으면 60일 이내에 처분해 다른 주식이나 국·공채 등 금융자산으로 바꿔 운용해야 한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