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소년 두 명이 저지른 ‘미국판 박시후’ 사건이 미국 트위터리안들을 들끓게 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미 오하이오주 스튜벤빌의 한 마을에 사는 고등학교 미식축구 선수 말릭 리치몬드(17)와 트렌트 메이스(16)는 친구들과 함께 음주 파티를 즐긴 뒤 함께 있던 또래 소녀(16)를 두 차례 강간했다. 메이스는 소녀의 나체 사진을 촬영하기까지 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전국적으로 큰 파문이 일었다. 범죄를 일으킨 게 10대 소년이었을 뿐 아니라 소년의 친구들이 범행을 목격하고도 말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범행 장면을 촬영했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삭제하기도 했다. 청소년들의 음주 문화도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피해자 소녀가 만취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였기 때문에 이들이 과연 유죄 선고를 받을 수 있을지를 두고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논란이 일었다. 소녀의 증언은 불확실했고, 신체에선 결정적인 증거가 검출되지 않았다. 리치몬드와 메이스는 물론 이들의 가족, 담당 변호사는 모두 무죄를 주장했다.
가해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건 이들이 보낸 각종 문자메시지와 트위터, 인터넷에 올린 사진 등이었다. 리치몬드와 메이스는 물론 파티에 함께 있던 다른 소년들이 SNS에다 소녀를 모욕하는 글을 올렸다. 개중엔 ‘강간(rape)’이라는 단어도 적혀 있었다. 이는 유죄가 인정되는 결정적 정황 증거가 됐다. 검찰은 리치몬드와 메이스가 소녀를 “장난감처럼 취급했다”고 밝혔다.
가해자들의 어린 나이는 또 다른 논란거리였다. 일각에서는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도 일었다. 소년들이 고교 미식축구계에서 뛰어난 실력으로 유명세를 탄 스타였기 때문이다.
법원은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21세가 될 때까지 구금토록 했다. BBC는 이들이 아무리 빨리 석방돼도 최소 1년은 갇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매체는 재판이 열린 스튜벤빌 지방법원이 지역 주민들과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뤘다고 전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
‘미국판 박시후 사건’ 시끌
입력 2013-03-18 1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