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정권 금융권 수장들 줄줄이 얼굴 교체될듯

입력 2013-03-18 18:50 수정 2013-03-19 16:00

전폭적인 금융권 물갈이가 예고되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1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임기가 남은 금융기관 수장도 교체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다. 특히 교체 대상을 선별하는 요건으로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맞는지를 판단하겠다고 해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은 자리를 유지하기 힘들 전망이다.

금융기관장 교체론이 구체적으로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각 부처 산하기관과 공공기관에 인사가 많을 텐데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해 달라”고 주문한 뒤였다. 신 후보자 발언은 대통령의 요구를 실행에 옮기겠다는 의지를 금융당국 수장 자격으로 공식 확인한 것이다.

가장 먼저 사퇴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은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등 대표적 ‘MB맨(이명박의 남자)’이다. 이 회장과 어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 동문이다. 이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할 때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 어 회장은 MB정부 초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을 지냈다. 강 회장은 MB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았다. 강 회장과 이 회장은 임기가 아직 1년 이상(강 회장은 내년 4월, 이 회장은 내년 3월) 남았지만 이 전 대통령과 인연으로 기관장이 된 ‘낙하산 인사’들인 만큼 최우선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다.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에 반대하는 사외이사들 앞에서 술잔을 깨 구설에 오르기도 했던 어 회장은 임기가 오는 7월로 얼마 남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굳이 사퇴를 종용할 가능성은 적다. 다만 다른 금융기관장이 물러나면 압박을 느껴 스스로 퇴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KB금융지주는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정부가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금융권 ‘4대 천왕’으로 불렸던 김승유 전 미소금융재단 이사장은 이미 지난해 말 중도 하차를 선언했다. 미소금융재단 이사장은 금융위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김 전 이사장은 이 전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다.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도 물갈이 대상으로 오르내린다. 안 이사장은 지난해 7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퇴임 기자회견까지 열었다가 신임 이사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잡음이 생겨 임기가 1년 연장됐었다. 금융권에서는 김정국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장영철 자산관리공사 사장 등도 사정권에 들었다고 본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