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창 부사장 해임, KB금융에 무슨 일이… 경영진-이사회 묵은 갈등 터지나

입력 2013-03-18 18:50 수정 2013-03-18 22:30


“이번 사태에 회장님도 ‘커넥션’이 있지 않습니까.”

18일 열린 KB금융그룹 임시 이사회가 끝날 무렵 한 사외이사가 작심한 듯 어윤대 회장을 추궁했다. 이날 해임된 박동창 전략담당 부사장이 일부 사외이사에 대한 음해성 정보를 미국 주주총회 안건 분석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에 제공한 게 어 회장과 무관치 않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어 회장은 극도로 흥분한 채 “그렇게 말하면 명예훼손”이라고 항변했다.

경영진이 박 부사장을 전격 해임하면서 얼핏 갈등이 봉합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날 회의 참석자에 따르면 내부적으로는 경영진과 이사회 간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KB금융이 휘청거리고 있다. 2010년 금융권을 강타한 ‘신한 사태’가 지주 회장과 계열사 사장 간 다툼 때문이었다면 KB금융은 경영진과 이사회 간 반목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날 이사회에는 어 회장 등 경영진 3명과 사외이사 9명이 전원 참석했다. 박 부사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어 회장은 회의에서 실무자에게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느냐”고 물은 뒤 문제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듣고는 박 부사장을 해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담당 임원을 불러 즉각 해임처리토록 했다. 이사회에서 해임권고안을 의결하기에 앞서 먼저 박 부사장의 해임을 요구한 셈이다.

박 부사장은 어 회장의 경기고 7년 후배로 KB금융 부임 이후 실세 중의 실세였다. 서울대 법대를 나왔지만 1985년 고려대 경영대학원에 입학하면서 지도교수였던 어 회장과 사제의 연을 쌓았다. 2009년 어 회장이 KB금융 회장에 추천됐을 때부터 합류해 준비를 도운 최측근 인사다. 이런 박 부사장을 어 회장이 직접 해임토록 하면서 어 회장과 이사회와의 관계는 사실상 끝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어 회장과 이사회의 갈등은 우리금융과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과정에서부터 불거졌다. 우리금융 인수를 두고 정권교체기 정치적 리스크를 이유로 이사회가 반대 의견을 제시하자 어 회장은 장고 끝에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몇 차례 가격을 낮췄음에도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까지 이사회가 반대하자 어 회장도 폭발했다. 결국 지난해 11월에는 중국에서 사외이사들과 가진 저녁자리에서 어 회장이 술잔을 깨뜨리며 고성을 지르는 소동까지 일어났다.

이번 사태가 어 회장의 지시에 의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반면 어 회장을 돕기 위해 박 부사장이 과잉 충성했다는 의견도 있다. 결국 사태의 전말은 현재 KB금융에 대해 종합검사를 진행 중인 금융당국 조사에 의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KB금융의 경우 경영진이나 사외이사 모두 자신들만의 파워게임에 매달리면서 공멸 위기로 치닫고 있다”며 “국민연금 등 외부 주주가 객관적 절차에 따라 정리하는 절차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강준구 진삼열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