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안철] 창조경제, 농업+생명공학기술로
입력 2013-03-18 19:04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세운 화두 가운데 하나는 ‘창조경제’다. 창조경제의 핵심은 상상력과 창의성, 과학기술에 기반한 경제 운용이라 하겠다. 그동안 농산업은 주로 식량산업으로서 인식돼 왔다. 최근에는 농업에 생명공학기술을 접목함으로써 농산업이 식량산업으로서 중요성뿐만 아니라 생명산업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농업생명공학기술은 농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만큼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현재 우리가 농업에 이용하는 가축이나 농작물, 곤충, 미생물과 같은 농업생물체들은 인류에게 꼭 필요한 생명정보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생명정보는 단시간에 만들어지거나 만들 수 없고, 수천년에 걸쳐 축적돼 온 것이다. 농업생물체에서 특정 유전자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또 어떤 성분의 변화를 일으키는지와 같은 생명정보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바로 농업생명공학이다.
현재 식량, 에너지, 기후변화 등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농업생명공학 기술을 가진 종자기업의 등장으로 농업생명공학 산물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2011년 농업생명공학 종자시장은 132억 달러로, 전체 종자시장의 35% 규모까지 성장하였고, 이를 원료로 하는 최종 생산물의 가치는 1600억 달러로 연평균 10∼15%씩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농산물의 수출입이 빈번해지면서 국가 농업경제에 대한 기여도는 점점 커질 것이다. 농업생명공학은 2011년 29개국의 1670만 농민에 의해 1억6000만ha에서 대두, 옥수수, 면화, 카놀라를 중심으로 생산되고 있다. 주요 수출국은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이며, 주요 수입국은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이다. 우리나라도 2012년 현재 대두, 옥수수 등 784만t(약 3조원)에 이르는 사료와 가공식품 소재로 생명공학 농산물을 수입하고 있다.
한편 농업생명공학 산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찬반양론이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발자와 관련 기업 등 농업생명공학 산물 찬성 측은 농업생명공학기술이 식량, 질병, 환경 등을 책임질 수 있는 최고의 현대과학 산물이라는 주장과 함께 생명공학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생명공학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사회·경제적인 큰 시장 흐름에서 고려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소비자모임, 환경단체, 농민단체 등은 심리, 사회·문화, 종교·윤리 등 측면에서 생명공학 농산물에 대해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현 과학기술로 증명된 정도로는 인체·환경 위해성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지금은 농업생명공학 산물로부터 국민 안전과 국가 이익을 모두 챙길 수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생명공학 농산물의 유해성에 대한 찬반 논쟁보다는 그것을 언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국가 정책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그 다음이 국익에 대한 것임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제 농업생명공학 관련 산업 육성은 식량주권을 지키고 인재양성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며 국민의 불안감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 농업생명공학에 대한 장기적인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며 정책의 부족한 부분을 국민의견 수렴에 의해 보완해나가야 한다. 과학자의 과학적 지식과 시민의 현장에서 얻은 실용적 지식이 합쳐져 형성된 정책이 정당성과 사회적 수용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가 정책을 올바르게 공유하고 소통할 때 우리가 원하는 창조경제에 다가설 것이다.
장안철 농촌진흥청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