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벌기업 감사 31%가 권력기관 출신이라니
입력 2013-03-18 18:59
대기업집단의 감사 및 감사위원이 본래의 취지와 다르게 선임·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현행 상법상 주식회사의 감사는 필요기관의 하나로서 해당 회사의 회계감사만을 임무로 하는 상설기관이지만 실제로는 구색 맞추기나 로비용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 선임했거나 선임할 예정인 감사들의 전직(前職)이 기가 막힌다. 18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대기업집단 소속 80개 상장사 가운데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66개사의 신임 감사와 선임 예정인 감사 81명 중 정부 고위 관료나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사법 당국 등 권력기관 출신이 25명으로 전체의 30.9%를 차지했다.
전 검찰총장, 전 노동부 장관, 전 국무총리실장, 전 해양경찰청장 등이 과연 감사의 주 임무인 회계감사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우선 의문이다. 전직 고위 공직자에 대한 예우 차원이라고 할지라도 해당 기업은 불필요한 인력을 고용, 비용 지출을 야기했다. 이는 경영상 배임에 가깝다.
이뿐 아니라 권력기관 출신 감사 선임이 기업의 로비 활동을 위한 포석이라면 그것은 개별기업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폐해를 조장하는 행위가 아닌가.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대표적 낡은 질서인 이른바 ‘배타적 연줄·이권공동체’가 전·현직 연결고리를 통해 작동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감사와 감사위원은 경영진으로부터의 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언제든지 이사(경영진)에 대해 회계뿐 아니라 영업에 관한 보고를 요구하거나 회사의 업무와 재산 상태를 조사할 수 있는 직무이기 때문이다. 감사·감사위원에 대한 법률상 자격요건은 따로 없지만 위의 기본 임무를 감안하면 권력기관 출신 고위 공직자도 부적절할 뿐 아니라 경영자와의 친분을 앞세운 감사 선임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럼에도 구태가 계속되는 것은 재벌기업의 왜곡된 수요도 한몫 하지만 감사·감사위원에 지목되는 이들의 몸가짐이 더 문제다. 그들 스스로 낡은 연줄·이권공동체의 고리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