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기업 빚내 빚 갚기… 5년간 상환할 금액 20조 넘어

입력 2013-03-18 18:37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기업이 빚을 내서 빚을 갚는 ‘돌려막기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공사채를 발행해 대규모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가 경기침체로 유동성 부족에 빠졌다. 부족한 자금과 만기가 되는 빚을 상환하기 위해 다시 공사채를 발행하는 형국이다.

한국예탁결제원과 안전행정부, 국토해양부는 전국 23개 지방 공기업이 지난해 발행한 지방공사채가 10조1801억원으로 전년(5조5506억원)보다 83.4% 급증했다고 18일 밝혔다. 지방공사채 발행은 올해에도 증가세를 타고 있다. 올 들어 지난 15일 현재까지 발행액은 2조2007억여원에 이른다.

지난해 지방 공기업이 발행한 공사채는 대부분 차환(채권을 발행해 만기가 돌아온 공사채를 상환)이 목적이었다. 발행규모가 가장 컸던 지방 공기업은 서울시 SH공사로 3조9986억원에 달했다. 경기도시공사(1조8692억원), 인천도시공사(1조1777억원), 부산도시공사(1조1607억원)가 뒤를 이었다.

SH공사의 경우 지난해 발행액 가운데 신규 발행은 7000억원 정도이고, 나머지는 모두 만기가 돌아온 채권을 갚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갚아야 하는 빚도 점점 불고 있다. 올해 지방 공기업이 상환해야 할 채권액은 6조4724억원이다. 내년에는 만기 도래 채권이 8조4306억원으로 더 늘어난다. 향후 5년간 상환해야 할 규모는 20조8361억원이다.

지방 공기업의 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난 배경에는 부동산 경기침체가 자리 잡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정점이던 2007년을 전후해서 지방 공기업은 공사채를 발행하며 대대적으로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가 잇따라 터지면서 미분양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부동산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기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지방 공기업의 부실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지방 공기업의 부채가 지방정부의 재정 악화로 연결되고, 최종적으로 국가재정 부실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