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발행 후 올라버린 경조사비… 장기불황에 ‘공정가’ 내렸다

입력 2013-03-18 18:36


치솟기만 하던 경조사비가 극심한 불황 탓에 카드대란 이후 처음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랫동안 3만원이었던 ‘공정 가격’이 2009년 5만원권 발행과 함께 인상됐지만 삶이 팍팍해지자 하향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통계청은 18일 가계동향 원자료를 통해 지난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 평균 경조사비는 5만957원으로 간신히 5만원대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11년 5만2832원보다 4.5% 하락한 금액이다.

경조사비는 가계동향 조사가 전국으로 확대된 2003년 3만6400원으로 집계됐지만 카드 대란의 여파가 미친 이듬해 3만5844원으로 줄었다. 이후 꾸준히 증가하다가 2009년 4만9653원으로 전년보다 5500원 이상 급증했다. 2009년 6월 5만원권이 처음 발행되면서 경조사비 지출 금액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후 경조사비는 꾸준히 늘어 2010년에는 5만2131원으로 처음 5만원대를 돌파했고 2011년엔 5만2832원으로 소폭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엔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개별 가구들이 경조사비 지출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대란 여파가 있던 2004년에는 전년보다 556원 줄어드는 데 그쳤지만 지난해엔 1875원으로 감소폭이 3배나 컸다.

지난해 사망·결혼 건수는 59만4400건으로 1999년(약 60만6000건) 이후 가장 많았다. 전년과 비교해 결혼이 32만7100건으로 약 2000명(0.6%) 줄었지만 사망자가 26만7300명으로 약 1만명(3.9%) 정도 증가했다. 그만큼 경조사가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 여파로 지난해 ‘가구 간 이전지출’도 월평균 20만7310원으로 전년(20만8709원)보다 0.7% 감소했다. 이 항목이 전년에 비해 줄어든 것은 통계가 생산된 2003년 이후 처음이다. 가구 간 이전지출은 부모나 유학생에게 보낸 돈이 포함되며 조카 세뱃돈처럼 다른 가구에 주는 현금인 교제비와 경조비 비중이 높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해엔 유학생에게 보내주는 생활비 등이 줄어들고 경조사비도 줄어드는 등 경기 불황의 여파가 뚜렷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