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절반 남은 감사원장도 바꾼다

입력 2013-03-18 18:26


청와대가 양건(사진) 감사원장을 교체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장 교체에 이어 헌법에 임기가 보장된 감사원장까지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공공기관장에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임명해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느냐”며 “감사원장도 예외는 아니고, 교체해야 한다는 흐름이 강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완전히 새로운 분위기에서 탈법, 4대악 척결 등 사회 전반에 강력한 쇄신을 추진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경찰청장 교체로 나타났다”며 “그런 큰 원칙에서 볼 때 감사원장도 경찰청장과 같이 간다(교체된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감사원장의 교체 배경에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치 감사’ 논란도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2011년 4대강 사업에 별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 1월 ‘곳곳이 부실’이라는 감사결과를 내놨다. 4대강 사업에 대해 철저한 점검을 주문한 박 대통령이 양 감사원장 유임에 부담을 느꼈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2011년 3월 임명돼 임기 4년의 절반밖에 채우지 못한 양 감사원장 교체 카드를 꺼내면서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당초 감사원장의 경우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박 대통령이 임기를 존중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대선 기간 임기(2년)를 보장하겠다고 공약했던 경찰청장을 지난 15일 교체하면서 감사원장 교체론도 급물살을 탔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공직자들의 임기 보장을 언급했지만 전임 대통령 때 임명된 인사의 임기를 지키겠다는 뜻은 아닌 것으로 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따져볼 것”이라며 “가급적 새 정부의 국정철학에 맞춰 기관장들이 알아서 처신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양 감사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한 셈이다.

감사원장은 임기가 헌법에 보장된 만큼 당사자가 사표를 내야 교체가 가능하다. 일방적으로 교체할 경우 위헌이 된다.

하지만 역대 감사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정부 때 임명됐던 이종남 당시 감사원장의 임기를 보장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권력교체기에 맞춰 자진사퇴 형식으로 교체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 임명된 전윤철 감사원장은 2007년 11월 임기를 다 채우고 연임됐다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008년 5월 자진사퇴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