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후보 냈다간 노원병 4등 할라”… 민주 無공천 말못할 사정?

입력 2013-03-18 18:25
민주통합당에서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말자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지만 이런 ‘무(無)공천’ 주장이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를 배려해서라기보다는 자칫 후보를 냈다가 꼴찌를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한 상임고문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일부 철모르는 인사들이 민주당이 노원병에 공천을 해서 안 전 교수를 떨어뜨리고 이참에 그를 (차기 대선주자 자리에서) 주저앉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며 “하지만 공천을 했다가는 민주당이 더 망신을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에 따르면 야권 단일화에 실패해 노원병에 민주당이 공천을 할 경우 ‘전략 투표’에 잘 훈련된 민주당 지지자들이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지 못하도록 민주당 후보를 찍는 대신 안 전 교수에게 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안 전 교수가 당선되고 2등은 새누리당 후보가 차지할 개연성이 있다. 그런데 최근까지 노원병 의석을 가졌던 노회찬 전 의원 측의 조직력도 만만치 않아 그의 부인인 진보정의당 김지선 후보가 3등 이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민주당이 진보정의당에도 밀려 4등으로 꼴지를 하고, 그럴 경우 세간의 조롱거리가 되면서 당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상임고문 외에도 당내에선 “현실적으로 안 전 교수에게 게임이 되겠느냐”는 얘기가 많다. 핵심 당직자는 18일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안 전 교수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우리 당이 안 전 교수나 여당을 이기기 어려워 후보를 낼 수 없는 속사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공천했다가 안 전 교수가 낙선이라도 하면 민주당에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