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KB금융 회장 최측근 박동창, 보직 해임
입력 2013-03-18 18:20
KB금융그룹이 이사회와의 갈등 끝에 어윤대 회장의 최측근인 박동창 전략담당 부사장(CSO)을 전격 보직 해임했다. 대형 금융회사 경영진과 이사회가 정면 충돌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로 사태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KB금융은 18일 이사회가 박 부사장에 대한 해임권고안을 의결하려 하자 선제적으로 박 부사장을 전격 보직 해임했다. 박 부사장은 지난달 말 싱가포르에 있는 미국의 주주총회 안건 분석 기관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 아시아담당 데스크와 잇따라 접촉, 정부출신 사외이사들이 대형 인수·합병(M&A) 등 그룹의 성장정책을 방해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부사장은 지난 주말 어 회장에게 ISS와의 접촉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KB금융 측은 “박 부사장의 ISS측 접촉은 어 회장과 관계가 없으며 어 회장도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크게 화를 냈다”면서 “그룹 전체가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상당부분 오해가 해소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사회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명동 본사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어 회장으로부터 현 사태의 경과를 보고받았다. 당초 이사회는 이번 사태가 이사회를 무력화시키려는 경영진의 전략으로 판단하고 이날 박 부사장에 대한 해임권고안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영진이 먼저 해임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일단 이를 취소하는 대신 박 부사장에 대한 조속한 징계를 요구했다.
이사회는 물론 금융당국도 어 회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박 부사장이 이번 사태를 단독으로 기획했다는 KB금융 경영진의 해명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실제 이날 이사회에서는 어 회장의 지시 여부를 두고 양측간 고성이 오가는 등 시종 격렬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박 부사장이 어 회장의 지시로 ISS와 접촉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임기가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어 회장의 입지는 급속도로 좁아지고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강준구 진삼열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