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헌재’ 초읽기… 3월 22일 송두환 재판관 퇴임 사상 초유 7인 체제로
입력 2013-03-18 18:14 수정 2013-03-18 22:15
국민 기본권의 최후 보루인 헌법재판소 기능 마비가 현실화되고 있다. 헌재는 곧 전체 재판관 9명 중 2명이 공석인 ‘7인 체제’가 된다. 지난 1월 이강국 헌재소장에 이어 오는 22일 송두환 헌법재판관마저 퇴임하지만 후임자 인선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헌재는 18일 송 재판관 퇴임 전날인 21일 정기 선고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주요 사건은 선고 목록에서 제외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기준 헌재에는 성충동 약물치료(화학적 거세) 관련 위헌법률 사건, 투표시간 연장 관련 헌법소원 사건, 이화여대 로스쿨 관련 헌법소원 사건 등 866건의 미제 사건이 쌓여 있다.
법무부는 법 개정으로 성충동 약물치료를 피해자의 나이에 관계없이 모든 성폭력 범죄자로 확대 시행할 수 있게 된다고 전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성폭력 사범에게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을 내리는 주체인 법원은 당분간 소극적일 전망이다. 법원이 지난달 “본인 의사를 묻지 않고 치료를 명령하는 법조항이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홍모씨 등 100명은 “투표시간을 오후 6시까지로 제한하는 것은 국민의 선거권과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공직선거법 제155조 제1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만약 이 조항이 위헌 결정되면 투표에 참여하는 국민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이화여대가 입학생을 여성으로 제한하는 것은 남성에 대한 차별이라며 2009년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도 계류 중이다.
헌재법에 따르면 7인 체제에서도 헌재의 심리는 가능하다. 그러나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려면 재판관 6명 이상이 위헌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 재판관이 7명밖에 없다면 2명만 반대해도 위헌 결정을 할 수 없다. 게다가 소장 대행 체제에서는 중요 사건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실제 헌재는 지난달 정기 선고에서 단 한 건의 위헌 결정도 내리지 못했다.
헌재 공백 사태는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헌재재판관은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3명씩 추천한다. 헌재는 2011년 7월 조대현 재판관 퇴임 후 1년2개월 동안 8인 체제로 운영됐다. 지난해 9월에는 김종대 재판관 등 재판관 4명이 퇴임하고 국회의 후임 인선 절차가 늦어지면서 1주일가량 5인의 자리가 비기도 했다. 한인섭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률 등에 대한 헌재 판단이 미뤄지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조속히 후보를 추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