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생 신청자 생계비 현실화한다

입력 2013-03-18 18:14 수정 2013-03-18 22:17


의사 A씨(55)는 2011년 5월 법원의 개인회생 결정에 따라 채무 2억8200만원을 매월 470만원씩 60차례 걸쳐 나눠 갚고 있다. 개원했지만 적자를 거듭하다 병원은 물론 집까지 날아가게 되자 어렵게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A씨는 법원의 개인회생 결정에 안도하면서도 법원이 책정한 생계비 200여만원은 불만이다. A씨 가족의 기존 생활수준이 고려되지 않은 액수이기 때문이다. 현행 법원 지침은 채무자의 생계비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최저생계비의 1.5배를 넘을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법원 내부에서는 생계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나왔다.

대법원은 18일 하우스푸어 등의 개인회생 사건 결정에서 생계비를 현실화하도록 예규를 개정해 상반기 중 재판 실무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대법원에서 열린 ‘가계부채와 개인회생·파산제도의 합리적 운용에 관한 심포지엄’에는 유관기관 관계자 70여명이 참석해 개인회생과 파산절차 개선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정준영 인천지법 부천지원장은 주제발표에서 개인회생 신청자의 주거비, 즉 주택대출금 이자를 생계비에 반영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주거비와 교육비 항목을 상향 조정하고, 소득수준 거주지에 따라 세분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4인 가구의 최저생계비는 주거비 23만원, 교육비 7만원을 포함해 149만원이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은 대부분 주택대출금 이자를 주거비에 포함시키고, 소득수준 등에 따라 세분화된 생계비 기준을 사용한다. 법원 관계자는 “생계비 현실화로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할 때 생계를 포기하지 않고 개인회생을 택하는 채무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채무자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또 법원은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자 신용상담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개인회생 및 파산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는 ‘패스트 트랙’ 제도를 상반기 중 서울중앙지법에서 시범 실시키로 했다. 법원은 하우스푸어의 주택대출금 이자나 전·월세 주거 채무자의 이자 부담을 경감해주고, 개인회생 기간 동안 압류나 경매를 유예하는 쪽으로 금융기관과 채무자 간 약정 체결을 적극 주선키로 했다.

강주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