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수사의 전범(典範)’으로 불리는 채동욱 서울고검장이 검찰총장에 내정되면서 재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채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취임 초부터 야전 시절의 ‘전공’을 살려 기업비리 수사에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업 수사는 대국민 신뢰 회복이란 검찰의 당면 과제에 부응할 수 있고,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경제민주화 문제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검찰에는 신임 총장의 ‘결심’을 기다리는 굵직한 기업 관련 수사가 여러 개 걸려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 신세계그룹의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을 수사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신세계그룹이 판매수수료를 낮게 책정해주는 방식으로 신세계SVN의 빵집 브랜드에 총 62억원을 부당지원한 사실을 적발했다. 검찰은 지난달 정용진(45) 부회장 소환조사를 마쳤다. 이에 따라 신임 검찰총장의 재가를 받아 다음달 중에는 관련자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형사6부는 최근 검사 3명으로 구성된 대기업 불공정 거래 전담 수사팀도 만들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가 맡고 있는 서미갤러리 탈세 의혹도 갤러리 측과 미술품을 거래했던 대기업 3∼4곳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서미갤러리는 재벌가의 미술품 구매 창구로 알려져 왔다. 이미 삼성특검, 오리온그룹 수사 등에서 의혹의 중심에 섰던 전력이 있다. 검찰은 서미갤러리 세무조사를 맡았던 국세청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등 수사의 토대를 다지고 있다.
금융조세조사3부는 현대그룹 막후 실세로 거론되는 ISMG코리아 대표 A씨가 현대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첩보를 확인 중이다. 특수3부는 시민단체가 “한강6공구 공사 당시 49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며 현대건설을 고발한 사건을 5개월째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국내 10대 그룹 중 2∼3곳에 대해 별도로 검찰 내사가 진행 중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들 대기업 수사는 새 총장이 취임하고 검찰 간부 인사가 마무리된 이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채 후보자는 굿모닝시티 분양 비리, 현대차 비자금,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 등을 맡았던 ‘특별수사통’으로 기업비리 수사 노하우가 풍부하다. 검찰로서는 대검 중수부 폐지 등 수사 구조개편이 예고된 상황에서 ‘수사를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켜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한편 채 후보자와 함께 사정라인을 형성할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중희 민정비서관 역시 기업 수사 경험이 많은 특수통 검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대기업 수사가 더욱 활기를 띨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18일 “새 총장이 검찰 여건과 기업 환경 등을 고려해 수사 방향을 결정하지 않겠느냐”며 “채 후보자가 특수검사들을 꿰고 있는 만큼 특수수사 라인이 효율적으로 가동되고, 기업 수사 역량을 강화하는 쪽으로 검찰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경제특수통 채동욱의 檢, 기업비리 겨누나
입력 2013-03-18 18:13 수정 2024-07-04 1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