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이색 위원회 출범 왜? 화해조정·인재풀위원회 꼬이고 막힌 한국교회 치유·재도약 해법 찾는다
입력 2013-03-18 18:12 수정 2013-03-18 21:45
주요 교단들이 해묵은 내부 문제의 해법을 찾거나 교단 발전을 꾀하기 위해 새로 설치한 특별한 목적의 ‘이색 기구’들이 주목받고 있다. 예장통합의 화해조정위원회와 예장고신의 교단인재풀운영위원회가 대표적인데, 성공적으로 운영되면 타 교단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몇 년 전만 해도 서울 강북의 대표교회로 꼽히던 A교회(예장통합 소속). 담임목사와 얽힌 문제로 분쟁을 겪으면서 교인들은 흩어지고, 교회는 3년 가까이 각종 송사에 휘말려 있다. 교회 입구에는 출입을 막는 철조망과 바리케이드까지 설치된 상태다.
이 같은 교회 분쟁은 예장통합총회(총회장 손달익 목사)가 올 초 임원회 산하에 화해조정위원회(위원장 이순창 목사)를 두게 한 이유 중 하나다. 이순창 위원장은 18일 “갈등을 빚고 있는 교단 소속 교회를 대상으로 화해·조정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고 교회 구성원들 간의 화해를 이끌어 내보자는 게 위원회의 주된 목적”이라며 “현재 통합교단이 펼치고 있는 ‘치유와 화해의 생명공동체운동’과도 맥을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통합교단 산하 교회 중에는 광성·봉천·강북제일교회 등이 짧게는 1∼2년에서 길게는 10년 넘게 법적 분쟁 등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계속 방치될 경우 해당 교회는 물론 교단, 나아가 한국교회 전체에 대한 이미지와 대사회적 영향력까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는 게 통합교단 지도부의 판단이다.
이 위원장은 “화해조정위는 향후 노회의 협조 요청에 따라 총회 임원회에서 화해·조정을 시도해 달라고 이첩한 사건들을 주로 다루되, 노회나 총회 재판국에 계류 중인 사건은 법적 논란 소지가 있어 다루지 않도록 역할 범위를 정해놓은 상태”라며 “현재까지 이첩된 사건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화해조정위는 오는 5월 24일 ‘화해·조정’ 관련 세미나 개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위원회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예장고신(총회장 박정원 목사)의 경우 교단인재풀운영위원회(위원장 유해무 고려신학대학원 교수)가 교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해무 위원장은 “교단이 배출한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을 발굴하고 이들을 결집시켜 교단, 나아가 한국교회의 발전을 돕는 데 목적이 있다”고 기구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당초 고신교단의 인재풀위원회의 설립 취지는 교단 산하 신학교육기관을 마친 목회자들의 정보를 취합·공유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논의를 거듭하면서 역할 및 활동 범위가 한층 확대됐다. 유 위원장은 “교단 출신 인재들의 데이터베이스 구축뿐만 아니라 교계와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인재들의 연합체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재풀위원회에서 규정한 ‘인재’는 다음과 같다. 교단 신학교 출신이나 교단 소속 일반 교인 가운데 교회나 국가·사회적 위치에서 전문 분야를 통해 ‘성도를 온전하게 세우는 일’(엡 4:12)에 헌신하고 있는 이들. 위원회는 1차로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활용해 각 분야 인재 50명을 발굴·선정할 예정이며, 향후 교단 내에 ‘인재 양성원’을 설립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라고 유 위원장은 밝혔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