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황홀] 땅파기 (Digging)

입력 2013-03-18 17:50 수정 2013-03-18 18:03

Under my window, a clean rasping sound

When the spade sinks into gravelly ground:

My father, digging. I look down.//

Till his straining rump among the flowerbeds

Bends low, comes up twenty years away

Stopping in rhythm through potato drills

Where he was digging.//

By God, the old man could handle a spade

just like his old man.//

Between my finger and my thumb

The squat pen rests.

I’ll dig with it

셰이머스 히니(Seamus Heaney·1939∼)

우리 아버지가 자갈밭에서 일하는

저 경쾌한 삽질 소리

나는 창문 밖으로 아버지의 노동을 내려다본다.//

꽃밭이랑 사이에서 아버지는 엉덩이를 굽혀

리듬에 맞춰 감자 이랑 사이에서 일하고

20년이 지난 후 올라오신다.//

정말이지 아버지는 삽질을 할 줄 아셨다

우리 할아버지가 그렇게 삽질을 잘하셨듯이.//

내 엄지와 검지 사이에는

작은 펜이 끼워져 있다

나는 이 펜으로 세상을 경작하리라.


셰이머스 히니의 시 ‘Digging’의 일부다. 이 시에는 20년의 세월이 함께 들어 있다. 땅을 파는 것이 현재형으로 되어 있지만 20년 전 아버지의 노동을 찬미하는 내용이다. 그로부터 20년 후 아버지는 돌아가신 것 같다. 노동은 세월을 넘어 신성하다.

예이츠 이후 최고의 아일랜드 시인으로 꼽히는 히니는 1995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이 시는 어린시절 시골농장의 경험에서 얻은 것이다. 간결해보이지만 아일랜드의 아픈 역사와 선대들의 수고로움이 녹아 있고 그 속에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고자 하는 아들의 의지가 감동적으로 살아 있다. 북아일랜드에서 태어난 히니는 1972년 영국을 떠나 아일랜드로 이주해 살고 있다.

임순만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