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한용섭] 北 약점 겨냥한 전략 구사해야
입력 2013-03-18 17:53
“재화와 용역의 북한 유입을 막고 핵 미사일 방어구상(SDI) 시작해야 할 때”
우리는 초등학교 때 모범생과 불량배가 공존하는 교실에서 자랐다. 그때 모범생은 공부 잘하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때로는 불량배에게 협박당해 돈도 뜯겼다. 불량배는 모범생의 도시락도 훔쳐 먹고, 선생님 없을 때에 친구들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당시 모범생을 존중하고, 불량배가 일탈자로 취급받는 가운데 학교질서가 유지됐던 것은 권위와 권한을 가진 선생님 덕분이었음을 기억한다.
오늘날 한반도 현실에서는 모범생은 한국이고 불량배는 북한이다. 선생님은 세계 유일 초강대국 미국 혹은 유엔 안보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과거 20년 동안 주민들의 인권과 복지를 희생시키고 핵과 미사일이라는 물리적 폭력수단의 개발에 국력을 전부 투자했다. 모든 세계를 폭력과 공갈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핵과 미사일 개발에만 전력투구해 온 결과 핵 보유를 선언하게 됐다. 결국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 다품종화에 성공했다고 선전하면서 우리의 머리 위에 핵 불바다, 워싱턴에 핵 공격을 협박하고 나섰으며, 핵 위협이 싫으면 미국이 한반도로부터 철수하고 북한 주도의 통일을 받으라고 강변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있었기에 질서유지가 가능했지만, 오늘날 다극적 세계에서는 불량국가인 북한을 징벌할 수 있는 권한 있는 국제체제가 결여되어 있다. 이 권위부재의 국제사회의 취약점을 인식한 북한 정권은 한국과 미국, 나아가 국제사회와 대결의 수위를 계속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통제 불능의 북한을 제어하고, 북한 정권을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오게 하는 길은 무엇일까. 군사대국을 지향하던 소련의 해체를 촉진시킨 미국 레이건 전 대통령의 대소련 전략을 돌아보자.
레이건은 소련과의 양적인 핵군비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당시 소련은 미국보다 전략핵무기가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소련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소련이 가진 강점과 대결할 것이 아니라 미국이 가진 강점을 가지고 소련의 약점과 대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소련은 외교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었고, 경제력이 쇠퇴하고 있었으며, 군사과학기술에서 미국보다 훨씬 처져 있었다. 따라서 미국의 대소련 전략은 외교, 경제, 군사과학기술에서 소련과 경쟁을 벌이는 것이었다. 외교력을 총동원해 동구 공산권에 자유화의 바람을 불어넣음으로써 소련으로부터 동구를 분리하여 민주화시켰다.
소련의 천연가스 및 금 수출을 막음으로써 경제의 몰락을 촉진시켰다. 미국 군사과학기술의 우수성을 활용해 소련의 대륙간탄도탄을 우주에서 요격할 수 있는 전략방위구상(SDI)을 시작함으로써 소련과의 핵군비경쟁을 질적인 경쟁으로 전환시켰다. 이런 외교·경제·군사 삼위일체의 대소련 전략을 레이건 임기 8년 동안 꾸준히 전개한 결과 소련의 해체를 촉진시켰다.
북한의 지속되는 전쟁협박을 벗어나는 길은 무엇인가. 북한보다 40배나 강한 우리의 경제력, 전 세계와 협력하는 글로벌 외교력, 우리의 우수한 과학기술력을 총 결집해 북한 정권의 선군정치를 바꾸도록 영향을 줄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경제와 외교 면에서 유엔 안보리의 대북경제제재 결의를 철저하게 이행함으로써 재화와 용역의 북한 유입을 막는 것은 필요조건이다. 하지만 이것은 북한 지도부의 사고를 바꾸기에 충분조건이 아니다. 이제 한국은 독자적으로 혹은 한·미 공동으로 북한이 무서워할 핵미사일 방어 무기인 한국판 SDI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남북한의 양적인 군비경쟁을 북한이 따라올 수 없는 질적인 군비경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우리가 가진 절대적 힘의 우위를 가지고 북한 지도부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때에, 북한은 핵 포기를 위한 회담에 나오게 될 것이다.
그래야만 고르바초프가 레이건과 만나서 SDI를 포기해주면 핵무기를 폐기하겠다고 약속하고 중거리 핵무기를 전량 폐기한 것처럼, 마침내 남북한 간에 협박 일변도가 아니라 주고받기식 안보대화가 열릴 수 있을 것이다.
한용섭 (국방대 교수·한국핵정책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