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관련 사고가 잇따르면서 불안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공장에서 사용되는 유독물질 중 연간 수만t이 아무런 여과 없이 대기(大氣), 하천, 토양으로 배출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환경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최봉홍(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전국 2985개 업체에서 유독성 화학물질(불산·황산 등) 213종, 1억4301만4000t을 취급했다. 사용되고 남은 화학물질은 상당 부분 위탁처리 시설로 옮겨지지만 일부는 공장에서 대기나 하천, 토양으로 직접 배출됐다. 이처럼 여과 없이 배출된 화학물질이 2010년에만 5만34t이나 됐다.
화학물질 직접 배출량이 많은 업체 중 상당수는 대기업이었다. 2010년 화학물질 배출량 1위는 경남 거제의 대우조선해양으로 배출량(대기+수계+토양)은 3945t이었다. 울산의 현대중공업 본공장(2800t), 전남 영암의 현대삼호중공업(2033t)이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거제의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1663t), 충북 청원의 셀가드코리아(1634t), 경남 진해의 STX조선해양(1312t), 울산의 현대자동차 울산공장(1174t)과 현대미포조선(1115t) 등이 연간 1000t 이상의 화학물질을 배출했다.
화학물질을 많이 배출한 기업 중에는 환경 개선에 기여한 공로로 ‘녹색기업’에 선정된 업체도 포함돼 있었다. 배출량 상위 100위에 포함된 업체 가운데 삼성전자 기흥사업장(72t), 호남석유화학 여수공장(69t), 삼성전자 화성사업장(47t), 충북 청원의 매그나칩 반도체(29t), 한화케미칼 울산1공장(21t) 등 8곳은 녹색기업이다.
녹색기업은 환경오염물질 저감, 자원·에너지 절감 등 녹색경영 활동을 벌인 기업을 대상으로 환경부 장관이 지정한다. 배출시설 설치 허가를 신고로 대체할 수 있고, 유독물질 지도 점검, 환경 관련 보고 및 검사(대기·수질·소음·진동 등)를 면제받는 혜택이 주어진다.
화학물질 배출 업체 상위 100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지난 14일 폭발사고가 발생한 대림산업 여수공장도 2005년 7월 녹색기업으로 지정됐다. 최 의원은 “녹색기업으로 선정된 업체는 화학물질 점검을 면제받는데 취급하는 양이 많다 보니 안전사고 우려가 있다”며 “지도 점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19일부터 전국 유해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을 전수조사해 안전장치 설치·관리 실태, 자체 방제계획 수립 여부, 유해물질 관리자 선임 여부 등을 점검키로 했다. 대상은 등록 업체 6874곳 가운데 알선 판매업을 제외한 사업장 4296곳이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유독물질 공장’ 대기업… 年 5만t 쏟아내
입력 2013-03-18 17:43 수정 2013-03-18 2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