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접종 제때해야 면역력 쑥∼ 쑥∼

입력 2013-03-18 17:18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동부터 필수 예방접종인 DTaP(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 5차, 폴리오(소아마비) 4차, MMR(홍역·볼거리·풍진) 2차, 일본뇌염 사백신 4차(또는 생백신 2차) 접종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접종 시기를 놓쳐서 면역력이 떨어지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7∼8세 무렵은 영·유아 때 받은 예방접종으로 형성된 전염병 면역력이 힘을 잃는 시기다. 더욱이 예방접종은 처음에 1∼3회를 몰아서 맞고 짧게는 몇 달 뒤부터 길게는 수년 뒤 반드시 2∼4차 주사를 추가로 맞아야 영·유아 때 애써 얻은 면역력을 재충전, 감염 위험을 차단할 수 있다. 어린이들을 타깃으로 한 각종 전염병들이 본격 유행하는 봄철 새 학기를 맞아 보라매병원 소아청소년과 김혜리 교수의 도움말로 예방접종의 효과를 100% 높이는 법에 대해 알아본다.

◇필수와 선택 예방접종의 차이는=예방접종이란 한마디로 전염성 질병과 후유증이 심각한 병에 대한 면역을 미리 길러 그 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소위 백신(vaccination)은 면역원으로 사용하는 약물(항원)을 가리킨다. 또 백신에 사용되는 항원은 해당 질병을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 독성을 약화시킨 것이다. 따라서 몸 안에 주입했을 때 약간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예방접종을 하는 것은 접종 시 겪을 수 있는 부작용보다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발병 위험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예방접종은 각각의 필요성에 따라 필수예방접종과 선택예방접종으로 나뉜다.

필수예방접종은 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누구나 반드시 맞혀야 하는 예방주사다. BCG(결핵), B형 간염, DTaP, 폴리오, 일본뇌염, MMR, 수두,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뇌수막염) 등이 있다.

이 중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ib) 백신은 뇌수막염 예방백신으로 이달 1일부터 영·유아 표준 예방접종 대상에 새로 포함됐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감염 빈도가 서구보다 낮다는 점과 약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Hib 백신을 표준 예방접종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었다. Hib 백신은 생후 2, 4, 6개월에 3회 기본접종을 한 뒤 생후 12∼15개월에 한 번 더 추가접종을 해야 한다.

한편 선택예방접종은 기본접종 대상은 아니지만 소아, 특히 집단생활을 하는 어린이의 경우 되도록 맞히는 것이 유리한 백신들이 대부분이다. 폐구균(폐렴), A형 간염, 로타 바이러스(설사), 인유두종 바이러스(자궁경부암), 독감 등이 대표적이다.

◇추가접종이 필요한 경우는=우리 몸의 면역계는 같은 항원에 노출되면 처음 노출됐을 때보다는 두 번째, 또는 그 이상 반복해서 노출됐을 때 더 신속하고 강력한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따라서 기본접종을 통해 최단시간에 획득한 병원체 방어 면역을 장기간 유지해 나가려면 일정 기간 후 ‘추가접종’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바로 기본접종만으로는 평생 면역을 얻을 수 없는 경우다.

문제는 예방접종마다 최대의 면역반응을 발휘하는 백신의 횟수와 간격이 다르다는 점. 단 한 번만으로 기본접종이 끝나는 백신이 있는가 하면 3∼4차례 더 필요한 백신도 있다. 예를 들어 BCG는 1회 접종으로 완료되지만, A형간염은 2회, B형간염·DTaP·일본뇌염·폴리오·폐구균·Hib 등은 3회 접종이 기본이다.

또 DTaP 백신의 경우 15∼18개월과 4∼6세 때 각각 추가접종이 필요하다. Td(파상풍, 디프테리아) 백신은 11∼12세 때 한 번, 그리고 그 후 10년마다 한 번씩 계속 추가 접종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돼 있다.

폴리오와 MMR은 4∼6세 때 추가접종을 시행한다. 일본뇌염은 불활성화 백신과 약독화 생백신의 접종 스케줄이 다르다.

불활성화 백신은 3회의 기본접종 후 6, 12세 때 각각 추가접종을 받아야 한다. 반면 약독화 생백신은 1년 간격 2회의 기본접종으로 끝나기 때문에 추가접종이 필요 없다. 이 밖에도 폐구균과 Hib 백신은 기본접종 후 12∼15개월 차에 한 번 더 접종해야 한다.

◇성인도 예방접종이 필요하나=예방접종은 어린이들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바이러스는 남녀노소를 구별하지 않고 예고 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기 때문이다. 해당 질병에 대한 항체가 없는 사람은 성인이라도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보통 성인이 챙겨야 할 예방접종으로는 A형간염과 파상풍, 독감 백신에다 자궁경부암 예방주사로 알려진 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이 꼽힌다.

이 중 자궁경부암 예방주사는 가급적 성관계가 시작되기 전에 접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미 성 경험이 있고, 검진결과 이미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노출돼 있다면 아직 암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해도 약효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자궁경부암 예방주사는 자궁경부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을 차단하는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다.

유행 시기에 최소 60∼70% 예방 효과가 인정되는 독감 백신은 특히 노약자에게 필요한 예방주사다. 젊고 건강한 사람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노출돼도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노약자의 경우엔 치명적인 폐렴을 합병하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방백신은 쉽게 말해 약한 바이러스, 즉 항원을 몸속에 투여해 면역력을 인위적으로 키우는 약이므로 건강 상태가 좋을 때 접종하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몸에 열이 있을 때는 접종을 피해야 한다. 스테로이드 제제를 투여하고 있거나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는 기간에도 접종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접종 당일은 사람이 많은 곳에 되도록 가지 말며, 다음 날까지 과격한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흔히 예방접종을 한 날엔 목욕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이는 감염 위험보다 목욕 후 컨디션 변화를 더 우려한 권유로 여겨진다”며 “가벼운 샤워 정도는 괜찮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