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주간 영혼이 담긴 노래 들려준다… 정기연주회 갖는 서울모테트합창단 박치용 단장·지휘자
입력 2013-03-18 18:06 수정 2013-03-18 22:25
지난 14일 서울 도곡동 연습실에서 만난 서울모테트합창단 박치용(50) 단장 겸 지휘자는 단원 30여명과 연습에 몰두해 있었다. 단원들과 눈을 맞춰가며 모차르트의 곡을 재해석하고, 부활절 고난주간을 앞둔 터라 영혼이 담긴 노래, 더 간절한 마음을 주문했다.
교회음악 분야에서 국내 최고로 꼽히는 서울모테트합창단이 2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89회 정기연주회를 갖는다. 모차르트의 수난 칸타타 ‘무덤의 음악(Grabmusik KV 42)’을 비롯해 ‘성례전을 위한 기도문(Litaniae KV 243)’, 신앙고백 미사(Missa in C KV 257) 소품 등을 연주한다. 모두 국내 무대에서 듣기 힘든 곡이다. ‘성례전을 위한 기도문’은 제목조차 생소하다.
서울모테트합창단은 박 단장과 합창음악에 열정을 지닌 음악가들에 의해 1989년 창단됐다. 당시는 대우합창단이 해체되고 횃불합창단도 재정난을 겪었던 합창단 위기의 시절이었다. 대기업 지원을 받아도 버티기 어려운데 몇몇 독지가의 도움으로 시작된 팀이 얼마나 가겠느냐며 주위에선 걱정의 시선을 보냈다. 더구나 97년 외환위기 후에는 기업 후원도 끊어졌다. 지금은 뜻있는 사람들의 후원과 얼마 안 되는 공연 수입금으로 어렵게 운영되고 있다.
박 단장은 “지난 24년은 벼랑 끝 삶이었다. 날마다 내가 일하는 이유를 물었고 그러면서 우리의 노래는 노래 이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성악과를 수석입학, 수석졸업했다. 독일 유학을 꿈꾸기도 했지만 음악에 대한 탐구 열정은 유학마저 포기하게 만들었다.
열정은 열매를 맺었다. 2002년 10월 한국 대표 합창단으로 일본 문화청 초청을 받았고, 2005년 37회 대한민국문화예술상에서 단체로는 처음으로 음악 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2011년과 2012년 대관령국제음악제에 초청돼 모차르트의 ‘레퀴엠’과 하이든의 ‘천지창조’를 연주, 극찬을 받았다.
서울모테트합창단은 합창음악과 교회음악을 위해 창단됐다. 교회음악 장르는 정기연주회 레퍼토리에서 빠지지 않는다. 이번에 연주하는 ‘성례전을 위한 기도문’은 교회음악의 숨은 백미로 알려져 있다. 연주회에는 국내 정상급 솔리스트들과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협연한다.
박 단장은 한국교회 부흥운동의 기수 김익두 목사와 함께 교회를 세웠던 할아버지, 평양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한 아버지로부터 신앙 유산을 물려받았다. 20년 이상 경제적 고통을 감내하며 합창단을 이끌어온 배경이다. 그는 “변종이 판치는 시대에 순수 유전자를 끝까지 보전하는 합창단이 되고 싶다”며 “사회와 교회가 치유하기 어려운 병에 걸렸을 때 우리의 순수 유전자로 치유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