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여왕의 귀환] 시련이겨 더 빛나는 결실… “이젠 점프가 편해요”

입력 2013-03-17 18:30

김연아 4년만에 세계선수권 우승하기까지

방황 후에 다시 은반에 돌아온 ‘피겨 여왕’은 기량뿐만 아니라 정신력까지 강해져 있었다.

김연아(23·고려대)는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후 허탈감에 시달렸다. 선수로서 오랫동안 꿈꿔온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뒤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지 못한 무력감 때문이다.

올림픽 직후 열린 토리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에 머무른 김연아는 2010∼2011 시즌 국제빙상연맹(ISU) 그랑프리 시리즈를 통째로 쉬었다. 이후에도 2011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준우승한 것을 끝으로 더는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2011∼2012 시즌에도 휴식을 취한 김연아는 대신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홍보대사 등 선수 외적인 활동에 치중하면서 은퇴설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특히 선수로 활동하지 않으면서 아이스쇼를 개최하고 각종 광고에 출연해 ‘돈벌이만 한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급기야 맥주 광고에 출연했다가 청소년의 음주문화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여기에 자신의 교생실습을 ‘쇼’라고 비방한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가 취하하는 과정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는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향후 거취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온 김연아에 대해 대중은 은퇴와 현역 연장 가운데 선택을 거세게 요구했다. 결국 김연아는 지난해 7월 빙판 복귀를 선언하고 올림픽 2연패와 함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내놓았다.

당시 김연아는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공허함을 느꼈다. 운동하기 싫을 때가 잦았고 운동을 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려워서 방황했다”면서 “한 시즌을 쉬면서 미래에 대해 생각을 했다. 그러다보니 오랫동안 해왔고 또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을 다시 해보자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다시 돌아온 김연아는 예전보다 훨씬 강해져 있었다. 무엇보다 피겨 자체를 즐기는 것이 역력했다. 2년만의 공백으로 긴장될 듯 했지만 김연아는 지난해 12월 NRW 트로피에서 201.61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거두며 소치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그리고 올해 1월 국내 종합선수권대회에서도 여유있게 정상에 오르며 한국 국가대표 자격을 다시 얻었다.

특히 김연아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졌다. 바로 자신의 세계선수권대회 성적에 따라 후배들에게 올림픽 출전 기회에 달려있었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인터뷰에서도 “한국의 어린 스케이터들을 데리고 소치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어 기쁘다”며 한국 피겨의 개척자다운 책임감까지 드러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