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성폭행 그린 작품 넘쳐… ‘막가는 포털 웹툰’

입력 2013-03-17 18:23 수정 2013-03-17 22:54


포털사이트 네이트의 웹툰(인터넷 만화) ‘개미잡이’는 아이큐 180의 고지능을 가진 사이코패스가 주인공이다. 이 주인공은 치밀한 계획을 세워 취미처럼 살인을 저지른다. 대학에 다니던 중 동료 여학생을 납치·감금해 폭력을 휘두르고, 성폭행 후 임신까지 시킨다. 성인이 보기에도 자극적인 장면들이 거의 매회 나오지만 미성년자들도 쉽게 볼 수 있다.

폭력적이고 선정적 내용의 웹툰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지난해 2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일부 웹툰의 선정성과 폭력성을 문제삼아 웹툰을 심의 규제하려 했다. 하지만 만화계에서 정부의 타율적 심의가 작가의 상상력과 표현의 자유를 막는다며 거세게 반대해 심의 대신 자율 규제하기로 합의했다.

17일 확인 결과 현재 포털사이트 다음과 네이버 웹툰의 경우 각각 2개, 3개가 19세 이상 관람가로 분류돼 있다. 웹툰 게재 전 포털 사이트측과 연재 작가 등이 논의하며, 과격한 웹튠은 포털 측이 작가에게 ‘19금’ 등급으로 연재토록 제안하기도 한다. 다음의 웹툰 ‘하우스 메이트’나 네이버 웹툰 ‘인간의 숲’의 경우 연쇄살인 같은 잔인한 주제를 다루고, 다음 웹툰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는 화류계 이야기여서 19금 등급을 설정했다.

하지만 청소년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되는 작품들이 규제 없이 연재 중이다. 네이버 웹툰 ‘방과후 전쟁활동’의 경우 괴생명체의 침략에 맞서 고등학생들이 군사훈련을 받으며 대응한다는 내용으로 머리가 잘려나가거나, 피가 낭자하고 등장인물이 자살한 장면 등이 등장한다. 일부 네티즌들은 블로그나 카페를 통해 ‘초등학생들도 볼 수 있는데 너무 잔인하다’, ‘징그럽고, 메스껍다. 19금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웹툰 ‘돌아온 럭키짱’에 대해서는 “학원 폭력을 미화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자율규제의 허술함을 틈타 네이버의 ‘도전만화’ 코너에 한 남성이 초등학생을 성폭행하는 장면이 여과없이 드러난 만화를 내보내기도 했다. 당시 이 만화의 작가가 고등학생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이에 네이버 측은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경찰 관계자는 “영화나 만화 등에서 보여지는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에 대해 청소년은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분별력 없이 따라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네이트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 측은 17일 “웹툰에 대해 충분한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해당만화(개미잡이) 연재를 곧바로 중단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