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럽 MD 구축계획 축소

입력 2013-03-17 18:09

미국 정부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함께 추진해 온 유럽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계획을 축소하기로 했다. 러시아가 강력 반발해 왔던 이 계획이 축소됨에 따라 MD 문제를 둘러싼 미·러 간 갈등이 해결되고 새로운 군축 협상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미국 정부는 4단계에 걸쳐 유럽 MD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2021년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요격용 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이었으나 이 중 마지막 단계를 취소한다고 1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국방예산 삭감과 기술적 문제 때문에 유럽에 장거리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는 계획은 애초에 지연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기존 MD 구축계획 중 3단계는 폴란드에 중단거리 요격미사일을 배치하고, 4단계는 ‘SM-3 IIB’로 불리는 중장거리 요격미사일을 일부 추가 배치하는 것이었다.

미 행정부의 유럽 MD 계획은 최근 몇 년간 미·러 관계 개선의 최대 장애물이 돼 왔다. 미국과 나토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이던 2004년부터 이란 등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다는 명목 아래 유럽 지역에 요격미사일 시스템을 구축하는 MD 계획을 추진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미국, 나토의 유럽 MD 시스템이 자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의심하면서 이 계획을 수정하지 않으면 핵무기 추가 감축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을 압박했다. 러시아 군사전문가들은 특히 유럽 MD 구축 계획의 마지막 단계에 강한 이의를 제기했다. 2021년까지 폴란드에 중장거리 요격미사일을 배치하는 4단계 MD 계획이 실현되면 이 미사일들이 핵탄두를 실은 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대부분 요격할 수 있게 돼 러시아의 핵 전력이 크게 약화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유럽 MD 축소는 이 같은 갈등 요소를 한층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2009년 취임 이후 부시 정부의 MD 계획을 재정비해 왔다. 러시아 정부는 미국의 MD 축소 계획 발표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지만 미국의 양보를 긍정적으로 수용할 경우 양국의 핵 감축 등 군축 협상을 새로운 차원에서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요격 미사일 SM-3과 개량형인 SM-3 2A를 유럽 지역에 배치하는 1∼3단계 MD 계획까지 문제 삼고 나선다면 양국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머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