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 “가난한 이를 위한 가난한 교회로”

입력 2013-03-17 18:10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아르헨티나 추기경이 13일(현지시간) 266대 교황으로 선출될 당시 옆자리에는 브라질의 클라우디오 우메스 추기경이 있었다. 그의 선출이 확정되자 시스티나 성당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터졌다. 우메스 추기경은 베르골리오 추기경을 껴안고 입을 맞췄다.

“절대 가난한 이들을 잊지 마세요.” 이 말은 베르골리오 추기경의 마음에 깊게 와 닿았다.

“가난한 사람, 가난한 사람…. 생각할수록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가 떠올랐습니다. 개표가 될 동안 그리고 끝날 때까지 모든 전쟁도 떠올랐습니다. 프란치스코는 평화의 사람이면서 피조물을 사랑한 인물이었습니다. 요즘 우리와 피조물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16일 바티칸의 강당에서 기자 수백 명과 만나 즉위명을 선택할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프란치스코는 이어 “가난한 이를 위한 가난한 교회가 얼마나 좋은가요”라고 말했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1182∼1226)는 부유한 로마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방탕한 삶을 살다가 20세에 사유재산을 포기하고 가톨릭 수도사가 된 인물이다. 특히 동물을 아껴 1979년 요한 바오로 2세는 프란치스코를 환경 보호의 수호 성인으로 선포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로 재직할 당시 동성결혼과 낙태 허용 문제로 번번이 충돌했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18일 만날 예정이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행정·사법·입법부와 가톨릭계 주요 인사로 이뤄진 대표단을 이끌고 19일 교황 즉위 미사에도 참석한다.

교황은 또 23일 로마에서 동남쪽으로 24㎞ 떨어진 카스텔 간돌포에 있는 교황 별장을 방문,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과 점심 식사를 할 계획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외신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최상층 부패와 권력 투쟁에 관한 비밀문서 유출 사건, 이른바 ‘바티리크스’로 치명타를 입은 교황청의 최고위층 인사들을 전면 쇄신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박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