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대화·도발 사이 갈피 못 잡는 北] 소원해진 中에 축전 보내고 美 협박하면서 대화 메시지

입력 2013-03-17 18:04

북한이 ‘대화’와 ‘도발’ 카드를 놓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한·미 합동군사훈련 ‘키 리졸브’가 시작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예고했던 도발 없이 오락가락인 대외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

북한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 전후로 소원해진 중국에 다시 손을 내밀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7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제12기 제1차 회의에서 국무원 총리로 선출된 리커창(李克强)에게 최영림 내각총리가 축전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박의춘 외무상도 중국 외교부장에 임명된 왕이(王毅)에게 축전을 발송했다. 지난 14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중국 국가주석과 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각각 선출된 시진핑(習近平)과 장더장(張德江)에게 축전을 보냈다. 북한 지도부가 중국 측에 축전을 보낸 것은 지난해 말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로 북·중 갈등설이 불거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에는 협박 사이사이에 대화를 원하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전날 “우리가 경제적 혜택과 바꿔먹기 위한 흥정물로 핵을 보유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허황하기 그지없는 오산”이라며 “다른 길을 택하면 도와주겠다는 미국의 서푼짜리 유혹이 개소리로밖에는 들리지 않는다”고 거칠게 미국을 비난했다.

그러나 최근 북한 매체에서는 미국과 대화를 시사하는 듯한 메시지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13일 현재의 긴장국면과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던 1993년 상황을 비교하며 “당시 일촉즉발의 위기는 대화국면으로 전환돼 6월 13일 조·미 공동성명이 발표됐다”고 상기시켰다. 조선중앙통신도 12일 “미국이 오늘의 악몽에서 벗어나려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걷어치우는 외에 다른 길이 없다”고 여운을 남겼다.

북한은 대남 위협도 갈수록 강화하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 실명 비난이라는 ‘마지노선’은 지키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에 대해 “첫 벌초대상이 될 것”이라고 위협한 데 비해 박 대통령은 “독기어린 치맛바람(13일 북한 인민무력부 대변인 담화)”으로 비난하면서도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군은 지난 주말 동안 예년 수준으로 유지한 채 동·서해안에서 활발한 잠수함 훈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됐던 국가급 훈련 개시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한·미는 긴장을 풀지 않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은 16일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 추진에 핵심 파트너인 한국과의 동맹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케리 장관은 윤병세 외교통상부 장관과의 첫 전화통화에서 “앞으로 협력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자”며 이같이 말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북한이 강경 일변도에서 대화의 여지를 찾는 모습들이 보이고 있다”며 “그렇다고 추가 도발을 배제할 상황은 아니다. 운신의 폭을 넓히려고 고민 중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