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고 줄잇는데 ‘부처 칸막이’ 여전… 화학물질-환경부, 고압가스-지경부, 안전지침-노동부 관할

입력 2013-03-17 18:00 수정 2013-03-17 22:57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화학물질 사고는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강력히 언급한 ‘부처간 칸막이’의 대표적 사례다.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정한 물질은 환경부, 고압가스는 지식경제부, 안전지침을 지키지 않아 일어난 사고는 고용노동부 등으로 관할 부처가 나뉘어 신속 정확한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폭발사고가 발생한 여수국가산업단지의 석유화학공장을 규제하고 있는 관련법은 78개에 이른다. 관할 부처도 환경부, 노동부, 지경부, 행정안전부, 소방방재청, 경찰청,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틀이 멀다하고 관련 기관들이 돌아가며 점검을 하고 있지만 개별 기업들은 “과연 사고 방지에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고 생산성만 떨어진다”는 푸념을 늘어놓을 정도다.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각 부처 장·차관이 참석한 국정토론회에서 부처간 이기주의와 떠넘기기 관행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예산과 인력이 늘어나는 일이면 남의 부처 업무라도 적극적으로 가져오려 하지만 책임질 일이 생기면 온갖 핑계를 대면서 다른 부처로 떠넘기는 공직사회의 해묵은 병폐를 지적한 것이다.

화학물질 관련 사고는 워낙 얽혀 있는 부처가 많다 보니 항상 사고 초기에 관련 기관들이 허둥대며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연출했다. 사고 원인에 따라 주무 부처가 정해지는 현행 법 체계의 한계 때문이다. 안전을 강조하며 기존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개편한 박근혜 정부에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모든 화학물질 관련 사고의 초기 총괄 대응을 환경부가 담당하도록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 15일 발생한 전남 여수 화학공장 폭발 사고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환경부 내에 신설된 화학물질안전 태스크포스(TF)가 맡았다.

그러나 환경부 관계자는 “방향만 정해진 상태이고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다른 부처와의 업무 협조가 쉽지만은 않다”고 밝혔다. 긴급 대응에 필요한 전문 인력이나 물자 등을 지원받아야 하지만 권한이 없어 전적으로 협조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정부 안팎에선 화학물질 사고를 일으킨 기업이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노동부는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 공정의 하도급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모든 공정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개별 기업이 좀 더 책임감을 갖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취지에서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