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老목회자 “소명 앞에 은퇴는 없어”… 10개 국어로 ‘천국과 지옥’ 전도용 CD 46만여개 제작·배포

입력 2013-03-17 17:58


82세 김홍태 목사의 아름다운 꿈·아름다운 소명

46만5200개. 김홍태(82) 목사가 7년 넘게 나눠준 전도용 CD 개수다.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몽골어 등 10개 국어로 만들어진 CD에는 성경 속 ‘천국과 지옥’에 대한 내용이 1시간 분량으로 담겨 있다. 현직에서 물러난 뒤 구령(救靈·영혼구원) 사역에 불이 붙은 그를 16일 서울 신당동 시니어타워(노인전용아파트)에서 만났다.

출입문을 열어주면서 미소로 반겨주는 김 목사 어깨 너머로 전도용 CD와 카세트테이프 등이 수북이 담긴 박스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는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군목 출신의 독신 목회자였다. 1958년부터 44년 동안 군목으로 활동하다 21년간 지킨 국방대학원교회 담임을 끝으로 은퇴했다. 이 곳에서 생활한 지는 10년째.

“입주 초기에는 별다른 계획 없이 그저 TV나 보면서 소일했지요. 그런데 금세 지겨워지더라고요. 군목으로 있을 때에는 너무 바빠서 리모컨을 쥘 일도 없었는데….” 그러던 중 그의 가슴을 뛰게 만든 ‘운명의 책’을 만났다. 한국계 미국인 저자가 쓴 천국방문기 ‘천국은 확실히 있다’(서울말씀사)를 읽고 난 그는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500페이지 가까운 책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다섯 번 정도 읽고 난 뒤에야 ‘아, 이 진리의 말씀을 전해야겠다’라는 사명감이 전해졌습니다. 그러고 나서 이 이야기를 어떻게 전할까 궁리한 끝에 책의 내용을 요약했지요.” 그는 책의 핵심내용을 간추려 성우 음성으로 담아서 60분짜리 CD로 만들었다. 그때가 2006년쯤이었다. 초창기에는 목회하는 후배와 지인들에게 “전도용으로 활용해 보라”면서 나눠줬다. 시간이 지나면서 전국의 선교단체나 전도행사를 펼치는 교회 등에서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도 점점 바빠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 한국을 찾은 외국인노동자들이 제 눈에 띄기 시작한 거예요. ‘옳지, 이 사람들한테도 나눠주자’ 하고 결심했지요.”

70대 후반에 접어든 나이가 구령의 열정을 꺾지 못했다. “우선 외국어를 녹음할 사람이 필요해서 외국인 성우를 섭외했어요. 캄보디아어 같은 경우는 한국에 유학을 온 성결대 신학생에게 부탁을 했고요.” CD 제작과 발송, 외국인 성우 섭외 등 모든 비용은 그의 주머니에서 나갔다. “혼자 살다 보니까 아내나 자식들한테 나가는 돈이 따로 없어서 가능한 일이에요. 하하하.”

말년에 김 목사가 천국과 지옥을 전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요즘 많은 교회 예배에서 천국과 지옥에 대한 설교를 잘 들을 수 없어요. 복 받는 삶에 대한 얘기만 넘쳐나요. 성경에 등장하는 천국과 지옥은 기독교 진리의 핵심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진리를 알리고 깊이 깨닫도록 하는 데 그리스도인 모두가 동참해야 해요.”

100만개. 그가 죽기 전까지 나눠주기를 희망하는 전도용 CD 개수다. 김 목사는 이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영육(靈肉) 관리도 철저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일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3시간 동안 성경묵상과 기도의 시간을 갖는다. 이어 3㎏짜리 아령을 300번씩 들어올린다. 그리고 테니스를 친다. 그가 아침식사를 하기 전에 누리는 ‘3락(樂)’이다.

인터뷰를 마칠 즈음, 김 목사는 특별한 부탁을 해왔다. “11번째 언어인 아랍어로 CD 녹음을 하려는데 도와줄 사람을 찾기가 여의치 않네요. 혹시 아랍어 잘하는 분 알고 계세요?”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