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KB금융, 사외이사 허위정보 유출”… 뭔 일 있었기에
입력 2013-03-17 17:52 수정 2013-03-17 22:59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무산과 관련해 KB금융이 후폭풍에 휩싸였다. 특히 외부 기관이 왜곡된 정보를 바탕으로 신규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의사를 표명하면서 해외 주주들이 흔들리고 있다. 해당 정보를 KB금융 경영진이 흘린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자체적으로 사실 확인에 나선 KB금융은 해당 경영진을 인사 조치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17일 “해외 주주총회 안건 분석 기관이 KB금융의 사외이사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KB금융 경영진 일부가 이 기관에 왜곡된 정보를 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영진이 사외이사 선임에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 잘못된 정보를 고의로 흘렸다면 KB금융은 도덕성과 경영 투명성에 엄청난 상처를 입게 된다. 고위 경영진의 오판을 막기 위해 존재하는 사외이사를 경영진 ‘입맛’에 맞게 뽑기 위해 시장을 교란시켰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KB금융 종합검사를 하고 있는 금감원은 이 부분에 대해 집중 조사 중이다.
앞서 미국의 주주총회 안건 분석 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는 “KB금융지주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무산은 정부 입장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외이사들의 반대 때문”이라며 “정부 기관 출신인 이경재 배재욱 김영과 등 3인의 사외이사 후보 선임을 반대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지난 14일 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자회사인 ISS는 세계 1700개 기관투자가에게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견해를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ISS 보고서가 사실과 다르다는 데 있다. 배 사외이사는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에 찬성표를 던졌다. 김 사외이사는 지난달 사외이사에 추천됐고, 신규 선임 안건이 아직 주주총회를 통과하지도 않아 관련이 없다. 이 때문에 KB금융과 금감원은 누군가 악의적인 정보를 ISS에 흘렸다고 보고 있다. KB금융 이사회는 최근 임시 이사회를 열고 보고서를 바로잡기 위해 법적 소송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취하기로 결의했다.
ISS 보고서에서 지목된 사외이사들은 오는 22일 주주총회에서 연임(이경재 배재욱)이나 신규 선임(김영과)이 결정된다. 주주총회에 앞서 KB금융에는 ISS 보고서의 영향을 받아 해당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하는 해외 기관투자가 의견도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이사회는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가 무산된 이후 ‘사외이사 제도의 모범을 보였다’는 평가와 ‘비전문가들이 기업의 발전을 막았다’는 비판을 모두 받아 왔다. 다만 사외이사들이 사실상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실제로 금융권 사외이사들은 지난 3년간 400여건의 안건을 처리하면서 단 1건을 제외하고 모두 통과시켰었다. 부결된 단 1건이 바로 KB금융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건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