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영화와 교감 ‘여섯 빛깔 사랑이야기를 쓰다’… 서울미술관 ‘Love Actually’ 展

입력 2013-03-17 17:05


“그 시절은 지나갔고, 이제 거기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영화 ‘화양연화’(2000)의 대사 중 한 구절이다. 두 연인의 아름답고 화려했던 시절은 이별을 통해 막을 내린다. ‘화양연화’의 주제인 사랑과 이별, 삶과 죽음을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영국 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무제’를 보자. 화면에 물감을 칠하고 나비를 붙여 죽음(이별)을 통해 삶(사랑)의 영원성을 얘기하고 있다.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이 봄을 맞아 사랑과 영화를 소재로 한 ‘Love Actually’ 전을 6월 16일까지 제1전시실에서 연다. 전시는 잘 알려진 24편의 영화를 회화 설치 조각 영상 등 미술작품과 연계해 6가지 빛깔의 사랑이야기로 구성했다. 전시장 입구에 있는 미국 조각가 로버트 인디애나의 ‘LOVE’를 지나면 ‘사랑해도 될까요?’ 코너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설치작가 윤성지는 ‘거짓에서 보는 진실’이라는 작품을 통해 프랑스 영화 ‘아멜리에’(2001)의 주인공에게 용기를 불어넣는다. “나의 친애하는 아멜리에. 네 뼈는 유리처럼 약하지 않아. 넌 삶의 험한 파도를 헤쳐 나갈 수 있어.” 한 그루 나무를 촬영한 영상작가 구현모의 ‘러브’는 “첫사랑이 잘 안되니까 첫사랑이지 잘 되면 그게 마지막 사랑”이라고 영화 ‘건축학개론’(2012)에 대해 얘기한다.

두 번째 코너 ‘소년, 소녀를 만나다’에서는 문혜정의 그림 ‘진달래 숲’과 일본 영화 ‘하나와 엘리스’(2004)가 만나고, 이어지는 ‘그대와 영원히’ 코너에는 사진작가 고상우의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와 미국 영화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2008)가 잘 어우러진다. 또 ‘유혹의 소나타’ 코너에서는 속치마를 드러낸 여인을 그린 이호련의 작품이 욕망을 다룬 영화 ‘은교’(2012)를 떠올리게 한다.

‘미친 사랑의 노래’ 코너에는 김성진 작가의 입술 그림 ‘릴렉스’와 김기덕 감독의 영화 ‘나쁜 남자’(2001), 열정의 불태운 작가 최욱경의 ‘무제’와 독일 영화 ‘피아니스트’(2001)가 만났다. 마지막 코너 ‘사랑, 그 후…’에서는 사진작가 박승훈의 ‘텍스타일’과 일본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2003)가, 홍승혜 작가의 영상 ‘유기적 기하학’이 일본 영화 ‘러브레터’(1995)와 교감한다.

에필로그를 장식하는 작품은 스페인 출신 살바도르 달리의 입술 의자 ‘Mae West Lips Sofa’다. 바로 옆에 있는 키스 존에서는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영화와 명화 속의 키스 장면을 모은 영상이 상영된다. 어려운 현대미술을 추억의 영화를 통해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MBC 수목드라마 ‘7급 공무원’이 최근 이곳에서 촬영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제2전시실에서는 이중섭의 ‘황소’, 박수근의 ‘우물가’ 등 근대 거장들의 작품 20여점이 ‘우보천리(牛步千里)’라는 타이틀로 연말까지 상설 전시된다. 2층 카메오 전시장에서는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로맨틱한 그림들을 아트프린트로 소개하는 ‘빅토리안 로맨스’가 열린다. 에드워드 번 존스 등 당시 작가 8명의 23점이 나왔다. 입장료 1만원(02-395-0100).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