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발견] (10) 오래된 아이콘
입력 2013-03-17 17:26
통계청은 ‘광공업생산지수’라는 것을 5년마다 작성해 새롭게 등장하는 산업과 퇴보하는 산업을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2010년 기준 지수를 최근에 발표하였는데 총 30개의 탈락 품목에 MP3 플레이어와 CD 드라이브도 포함되었다. 우리 주변에 나타난 지 10여년밖에 안 되는 디지털 기기들이 어느덧 퇴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정작 CD에 일찌감치 밀려났던 디스켓은 사람들의 일상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디스켓이라는 것을 구경조차 못해본 사람도 디스켓 이미지가 ‘저장(save)’을 의미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저장’ 아이콘이 디스켓에서 따왔다는 사실을 몰라도 상관없다. 특정한 이미지와 의미가 연결되어 있을 뿐이다.
디스켓은 더 이상 생산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아이콘이 되었을까? 초기 저장매체였고 그것이 이미지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그 뒤에 새롭게 등장한 장치들은 형태가 강하게 남지 않는다. CD의 경우, 데이터를 저장하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매체이니 그런 뜻의 아이콘으로 사용할 법하다. 실제로 그렇게 사용된 적도 있었지만 엉뚱하게 도넛, 타이어를 떠올리게 할 뿐이었다. 디스켓이나 카세트테이프보다 더 분명하게 의미를 전달하지 못한 것이다. 앞으로 메모리 스틱을 비롯한 새로운 저장매체가 모두 퇴출되더라도 디스켓은 아이콘으로 살아남을 것 같다. 이미지는 이렇게 반전을 끌어내는 힘이 있다.
김상규(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