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피겨 여왕의 귀환과 ‘김연아 키즈’의 희망

입력 2013-03-17 17:5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피겨 여왕’ 김연아의 우승은 피겨 유망주들에게도 무엇보다 값진 것이었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한 데 이어 프리스케이팅에서 최고점을 받으며 금메달을 목에 걸어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더욱이 현격한 기량 차이로 참가 선수 중 유일하게 200점대 고득점을 기록함으로써 전성기 때의 실력을 거의 되찾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2년간의 공백을 깨고 세계 최고의 무대에 섰는데도 김연아는 불안해하기는커녕 오히려 굳건했다. 일본의 아사다 마오와 이탈리아의 카롤리나 코스트너 등 주요 경쟁자들과 달리 자신에게만 현미경 들이대듯 트집 잡는 심판진의 어이없는 판정에도 굴하지 않는 여왕다운 면모를 보였다. 자신에게 부담만 거듭 안기던 심판진에게 역대 2위의 점수로 보기 좋게 한방 먹여 보는 이들의 속을 시원하게 했다.

김연아의 완벽한 연기 앞에 통산 세 번째 우승을 노린 아사다와 2연패를 노린 코스트너는 맥없이 무너지며 ‘여왕’의 실력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온 국민의 스트레스를 덜어주고 희망을 새겨주는 낭보였다.

이로써 김연아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 이어 2014년 2월 러시아 소치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겠다는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 남은 11개월 동안 운동에 전념하면 겨울스포츠의 전설로 남는 것도 기대해볼 만하다.

이번 선전으로 김연아 개인뿐 아니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향한 한국 피겨의 앞날에도 탄탄대로가 열렸음은 재차 언급할 필요도 없다. 한국 피겨는 사상 처음 동계올림픽에 한 종목 세 명의 선수를 내보내게 돼 ‘김연아 키즈’들이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쌓을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소치올림픽 여자 싱글에서 3장을 확보한 나라가 한국과 일본, 미국뿐이라는 것만 봐도 얼마나 값진 것인지 알 수 있다. 이제 한국 피겨의 미래를 이어갈 ‘제2, 제3의 김연아’에게도 관심을 두고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