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3부)] 고용안정 최대 목표… 독일 노사 공존·공생
입력 2013-03-17 18:33 수정 2013-03-17 22:35
고실업 문제로 ‘유럽의 병자’로 불렸던 독일이 가장 경쟁력 있는 국가로 변모한 것은 노사가 고용 안정을 목표로 합리적인 협력을 추구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2000년대 들어 독일의 노사는 ‘고용유지’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힘을 합쳐 왔다. 노동조합은 실질임금 감소나 정체를 수용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산별노조는 고용보장을 전제로 임금 인상 요구를 최소화하면서 파업을 자제했다. 사용자는 불황으로 매출이 감소해도 근로시간 단축제 등을 통해 감원을 피했다.
17일 국제노동기구(ILO), 독일 노동부 등에 따르면 독일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은 2000∼2010년 4.5% 하락했다. 이에 따라 상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노동비용, 즉 단위노동비용은 연평균 1.4%씩 감소했다. 같은 기간 프랑스(0.8%) 영국(0.9%) 그리스(38.3%) 포르투갈(23.8%) 아일랜드(13.1%)의 단위노동비용이 증가한 것과 대조된다. 파업 참가 기업도 2002년 938개(참가 노조원 42만8308명)에서 2010년 131개(1만1520명), 2011년 158개(1만1282명)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노동비용과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 비용 감소로 기업 경쟁력은 강화됐고, 독일은 최근 유럽 재정위기 속에서도 꿋꿋이 경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괴테대 옌스 갈 경영학과 교수는 “노사공동결정제를 통해 근로자들이 경영 관련 제안을 많이 한다”며 “특히 불황이 닥치면 근로자들이 임금 감축 등을 먼저 제안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노사는 고용유지라는 큰 목표 아래 하나가 됐다. 경제가 성장할 때까지 이익 배분을 자제하는 지혜를 보였고 경우에 따라서는 임금을 감축하거나 동결했다. 이는 회사 발전은 물론 국가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평가다.
노조가 회사의 경영 관련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제도인 노사공동결정제는 노사 협력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통해 사측은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노조는 강경 노선을 멀리하는 기업문화가 자리잡았다.
코트라 김평희 글로벌연수원장은 “노사공동결정제에 따라 종업원 2000명 이상 대기업의 경우 감독이사회의 절반이 근로자 대표로 구성돼 있지만 근로자들은 결코 회사 경영의 발목을 잡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