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3부)] 옌스 갈 “근로자 경영참여 제도화… 주인의식 갖고 위기 극복 동참”
입력 2013-03-17 17:26 수정 2013-03-17 17:27
독일은 선진국 중 제조업 비중이 가장 높다. 제조업 경쟁력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원만한 노사관계가 밑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노동자가 중요한 경영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을 제도화한 것도 노사 신뢰의 바탕이 됐다.
지난 1월 독일에서 만난 프랑크푸르트 괴테대 옌스 갈 경영학과 교수는 “근로자 대표가 경영이사회를 감시, 견제할 수 있는 감독이사회를 운영하는 독일 기업은 700개 정도로 대부분 상장회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독일 중견·중소기업은 가족기업이 대부분인 데다 근로자들 역시 산별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은 경우도 상당수다. 가족기업의 경우 직장평의회가 노조 역할을 하며 임금 등 사원복지뿐 아니라 중요한 의사 결정에 참여한다.
노동자 경영 참여가 해고 등을 어렵게 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갈 교수는 “노동자의 경영 참여로 중요한 의사결정의 속도가 느려질 수 있지만 노사 모두가 받아들이기 때문에 실행은 쉽고 수행속도가 빠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이사회가 주주만 위하는 결정을 내릴 경우 노동자들이 반발하는 등 다음 과정이 어렵지만 이사회가 근로자의 적정한 요구를 맞추면 결정 사항에 대해 근로자들이 모두 따라온다”며 “이 때문에 이후 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장기업의 경우 감독이사회에 노조 대표가 들어가고, 감독이사회와 경영이사회가 분리됨에 따라 경영 독단을 막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는 “감독이사는 주주들의 위임을 받은 사람들이다. 따라서 경영자가 감독이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하고, 경영자가 이익을 독식하거나 독단 경영을 하는 것을 막는 견제장치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경영 결정이 이사회를 통해 자연스럽게 걸러지는 장점도 있다. 노조 역시 경영 참여를 통해 주인의식을 갖게 됨에 따라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 순기능을 발휘한다.
특히 회사의 부담을 줄여주는 노조의 제안을 통해 노사가 상생한 사례도 많다. 갈 교수는 2001년 BMW 근로자들이 포함된 산별노조가 독일 내 생산라인을 해외로 옮기지 않고 동일 임금에 노동시간 연장을 제안한 사례, 즉 ‘라이프치히 모델’을 대표적인 예로 소개했다. 사측도 당시 노조의 제안을 받아들여 BMW는 공장을 국외로 이전하는 대신 13억 유로를 투자해 독일 라이프치히에 공장을 세웠다.
갈 교수는 “BMW 사례처럼 어려운 시기에 근로자 대표가 경영진에 상생방안을 제안하고, 노사가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는 사례들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세금을 감면해주는 등 지원프로그램을 가동해 기업들이 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것을 막고 노사 상생을 유도한다. 특히 2000년대 초반 노동시장 유연성을 골자로 하는 ‘하르츠 개혁’을 실시했다.
갈 교수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강조한 하르츠 개혁안으로 사회적 안전망인 사회보장은 약화된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실업률이 높아져 경제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페인과 프랑스와 비교해볼 때 하르츠 개혁 방안은 결과적으로 옳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한장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