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방우체국-도미니카 김성자 선교사] (3) 무차아구아에 성전 건축 허락하신 까닭은

입력 2013-03-17 17:05 수정 2013-03-17 17:09


눈물로 지은 산속 성전, 방주처럼 주민들 허리케인 피신처

무차아구아 교회는 1998년 11월 망고나무 밑에서 토요일마다 성경 공부하는 것으로 시작됐습니다. 2000년부터 6년 동안은 정부가 쓰던 빈 건물을 빌려서 주일예배를 드렸고요. 그러던 중 한 장로님 부부가 958㎡(290평)의 땅을 살 수 있도록 후원해 주셨습니다. 우리는 성전 건축을 위해 오랜 시간 기도했습니다.

어느 날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에 응답해 주셨습니다. 무차아구아 마을을 방문한 선교사님 부부가 건축헌금을 쾌척해 공사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2005년 7월 17일 기공예배를 드리고 곧바로 건축을 시작했습니다. 300명을 수용하는 예배실과 4개의 교실, 목사관, 진료실, 식당, 방 2개 등을 짓는 큰 공사였지요. 산속이라는 핸디캡 때문에 건축자재를 가져오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가장 가까운 도시인 산크리스토발에서 자재를 구입할 수는 있었지만 따로 트럭을 구해 운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요. 그리고 처음에는 마을 주민들에게 일을 맡겨 보려고 했는데 인건비가 도시에 사는 사람보다 2배나 비싸 도시에서 일꾼을 구해 왔습니다. 그랬더니 일부 주민들이 몰려와서 일거리를 달라고 떼를 썼고,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마을 전체에 터무니없는 소문을 퍼뜨리기도 했습니다. 여기에다 철석같이 믿었던 공사 책임자가 인부들 인건비를 챙겨서 도망 가버리는 사건도 벌어졌습니다. 이렇듯 산속에서의 건축은 우리의 에너지를 모두 빼앗아가는 아주 힘든 일이었습니다.

교회 대지의 절반 이상이 너무 내려앉아 있어서 그 구덩이를 메우는 데 한 달이 걸렸습니다. 포크레인을 세 번이나 빌려 왔지만 공사는 쉽사리 끝나지 않았습니다. 포크레인과 트럭을 돈 주고 빌리는 것도 공사현장이 깊은 산속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하기 일쑤였습니다. 공사를 마무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될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비용 절감을 위해 기계를 쓰지 않고 옛날 방식으로 지붕공사를 할 때는 공사 책임자와 목수가 열흘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산속에서 인부들과 함께 지내며 일했습니다. 인부들이 공사 도중 돌에 맞아 눈을 다치기도 했고 손을 다쳐 꿰매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감사한 일은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린 날, 무릎을 꿇고 엎드려 “주님! 오늘 밤까지만 비를 주시고 내일 하루는 햇빛을 주옵소서”라고 간구했습니다. 주님은 다음날 아침에 햇빛을 주시고 밤에는 아름다운 별을 볼 수 있게 해주셨지요.

무차아구아 마을은 워낙 외진 곳이라 들어오는 길도 험합니다. 이곳 산길에서 정말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순간도 겪었습니다. 교회 건축과 관련된 중요한 일 때문에 여러 사람들과 동행하던 날이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안전운행하게 해 달라고 기도한 뒤 출발했는데 산길에 들어섰을 때 하늘이 어두컴컴해지고 비가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한 시간 넘도록 달려온 길이기에 그냥 들어가기로 했지요. 그런데 산길은 아침 일찍부터 내린 비로 진흙탕이 돼 있었습니다. 남편 호세 보바디자 목사가 운전을 하고 가는데 차는 균형을 잃고 춤을 추면서 언덕 아래로 자꾸만 미끄러졌습니다. 우리 일행은 두려움에 떨며 “주님! 도와주세요”라고 소리 지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차에서 내려 걸어서 산을 올라가야 했습니다. 수년째 이 산길을 다녔기에 비가 내려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지만, 마침 그때 정부가 도로공사를 하느라 산길에 깔려 있던 돌들을 모두 치워버리고 ‘갈리체’라는 흙을 깔아놓은 탓에 진흙탕 길이 되고 말았습니다.

주님의 도우심으로 교회까지는 잘 도착했지만, 일을 마친 뒤 일행을 수도 산토도밍고로 데려다주는 일이 문제였습니다. 경사가 높은 언덕길에서 자동차는 20번이나 미끄러졌습니다. 모두 내려서 동네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 다같이 자동차를 밀면서 올라가야만 했지요. 다들 온몸이 진흙투성이가 됐고, 차를 밀다 미끄러져 차 밑으로 들어갈 뻔한 위기까지 겪으면서 겨우 산길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 자동차는 여러 군데 고장이 나서 공장에서 1주일 내내 수리해야 했고요. 저는 산길을 지나오면서 얼마나 온몸에 힘을 주며 긴장했던지 그 후로 며칠 동안 심한 몸살로 꼼짝할 수가 없었습니다.

교회 바닥공사를 할 때는 다른 건축 현장에서 깨진 세라믹 타일을 헐값에 사와서 바닥에 붙였습니다. 정품 타일을 사서 하면 간단한 일이었지만 어떻게든 건축 비용을 아끼기 위해 수만 개의 타일 조각을 일일이 손으로 붙였습니다. 우리는 무더운 날씨 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큰 조각과 작은 조각을 분리하는 작업을 했는데, 동네 사람들은 지나가면서 구경만 할 뿐 전혀 도와주지 않더군요. 다들 일에 대한 대가만 바라는 눈치여서 우리는 아무에게도 부탁하지 않고 그 일을 했지요.

2006년 6월 27일 무차아구아 교회 입당예배를 드렸습니다. 하나님께서 화창한 날씨를 주셔서 초대받은 선교사님들이 버스로 무사히 산속에 들어왔고요. 사실 그 전날까지 1주일 내내 비가 쏟아져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폭우로 산길이 엉망이 됐고, 비 때문에 모든 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어서 마음이 너무 괴로웠지요. 입당예배 드리는 날까지 예배실만은 꼭 완성하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입니다. 뜻대로 안 되는 공사 때문에 인부들 앞에서 큰소리로 엉엉 울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속상한 마음이 풀리지 않더군요.

완벽하게 공사를 끝낸 예배실은 아니었지만, 깨진 타일로 꾸민 바닥은 입당예배에 참석한 모든 이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교회 건축을 위해 헌금해주신 선교사님 두 분과 대지를 구입해주신 장로님께 고마운 마음을 담아 감사패를 드렸습니다.

11개월 동안의 건축 과정은 하루하루가 긴장되고 아슬아슬한 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아직도 공사를 완전히 마무리 짓지는 못했지만, 주님의 위대한 사랑 때문에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가 주님을 찾기 전에 먼저 주님이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경험을 하면서 선교 사역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요 내가 너희를 택하여 세웠나니 이는 너희로 가서 열매를 맺게 하고 또 너희 열매가 항상 있게 하여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무엇을 구하든지 다 받게 하려 함이라.”(요 15:16)

도미니카공화국은 카리브해와 대서양 사이에 있는 조그마한 섬나라여서 1년에 수십 차례 허리케인(카리브해에서 발생하는 강한 열대성 저기압)이 지나갑니다. 도미니카 사람들은 허리케인이 지나간다는 뉴스를 들으면 슈퍼마켓에 가서 가족이 먹을 양식을 많이 사둡니다. 그러나 경험이 없는 외국인들은 식수와 식량을 미리 준비하지 않고 있다가 강한 허리케인이 여러 날 불어닥칠 때 어려움을 겪곤 합니다. 허리케인이 지나가면 전기와 물 공급이 끊어지기 때문에 씻어서 먹어야 하는 음식은 되도록 피하고 통조림 음식을 사서 데워 먹습니다.

2008년 8∼9월에는 매주 한두 차례 허리케인이 지나가 그 이름을 외울 수도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연이은 허리케인 때문에 무차아구아 마을 입구 냇물은 강물로 변했지요. 하지만 성전 건축 후 마을 주민들에게는 방주처럼 안전하게 피신할 수 있는 교회가 생겼습니다. 판잣집이나 나무집에 사는 주민들은 폭우를 맞으면 교회로 와서 지냅니다. 이곳에는 매년 허리케인이 찾아오지만 주님의 은혜로 아직까지 큰 피해는 없습니다. 앞으로 허리케인이 계속해서 지나가더라도 주님의 보호하심이 무차아구아 마을 식구들과 함께하리라 믿습니다.

김성자 무차아구아감리교회 목사

● 시리즈 ‘열방 우체국’이 오늘부터 매주 월요일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