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18개 외청장 인사] 경찰청장 임기 보장 강조하더니… ‘MB정부 흔적’ 지우기
입력 2013-03-15 18:53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경찰청장 2년 임기 보장’을 약속했다. 수차례 “경찰이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본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임기보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공약은 집권 후 첫 경찰청장 인사부터 지켜지지 않았다. 김기용 경찰청장 교체는 15일 오후 청와대가 18개 외청장 인선을 발표하기도 전에 이미 기정사실이 됐다.
이날 오전 경찰위원회가 신임 이성한 경찰청장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기 위해 소집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전날까지만 해도 유임이 유력해보였던 김 청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결국 지난해 5월 임명된 김 청장은 법률로 보장된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한 또 한 명의 경찰청장으로 기록됐다. 2004년 경찰청장 임기제가 도입된 이후 임명된 7명의 청장 가운데 임기를 채운 사람은 이택순 전 청장 단 한 명에 불과하다.
최기문 허준영 어청수 강희락 조현오 전 청장은 모두 임기를 마치기 전에 교체됐다. 특히 새 정부가 출범할 때는 으레 권력기관장이라는 이유로 경찰청장이 바뀌었다.
어청수 전 청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 노무현 정부와 조율을 거쳐 임명됐지만 ‘촛불시위’ 사태 당시 ‘명박 산성’을 쌓았다는 책임을 지고 1년을 채우지 못한 채 교체됐다. 이팔호 전 청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11월 임명됐지만 노무현 정부 집권과 함께 2003년 3월 옷을 벗었다.
김기용 청장도 새 정부 들어 재신임설이 나오는 가운데에서도 ‘이명박 정부의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녔다. 청와대의 발표로 김 청장 교체가 확정되자 경찰 내부에선 “그러면 그렇지”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왔다. 경찰청장 임기 보장이라는 박 대통령의 공약(公約)이 그야말로 ‘공약(空約)’이 됐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경찰청 관계자는 “어안이 벙벙하다. 어수선한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김 청장이 임기를 못 채우다니…”라고 했다.
정계와 관가에선 청와대가 김 청장 교체를 통해 이명박 정부 ‘흔적 지우기’에 착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역대 정부에서 임기가 보장됐던 감사원장 자리도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양건 감사원장은 2011년 3월 취임해 아직 4년 임기의 절반을 채웠을 뿐이다. 양 원장이 올해 초 “4대강 사업에 문제가 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직전 정부와의 ‘선긋기’에 나섰던 것도 박근혜 정부로부터 임기를 보장받기 위해서였을 것이란 말도 있다.
신창호 이용상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