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북한군 상대 작전 한국군 주도 처음 전개… 키리졸브 5일째 ‘모의본부’ 가동

입력 2013-03-15 18:42 수정 2013-03-16 00:06


한·미 연합훈련 때 가상의 ‘북한군(대항군)’ 역할을 맡아 작전을 펼치는 전쟁모의 시설이 처음 공개됐다. 15일 경기도 수원 모 부대에 자리 잡은 ‘대항군전쟁수행모의본부’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키 리졸브’ 연습 5일째인 이날 대항군 사령관을 맡은 이모 예비역 육군 준장과 부사령관인 그레이엄 미국 예비역 육군 소령은 대형 모니터를 지켜보며 거세게 밀고 올라오는 한·미 연합군의 반격을 막기 위해 4군단과 8군단 지휘부에 추가 공격명령을 내렸다.

본부 1, 2층에 마련된 수십 대의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대항군 병사들의 손가락이 숨 가쁘게 움직이면서 새로운 명령이 입력됐고 각각의 모니터에는 해당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상황이 시시각각 올라왔다. 대항군과 한·미 연합군은 모니터 상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대항군전쟁수행모의본부는 모의전쟁 연습 때 북한군의 국지도발과 전면전 계획을 수립하고 한·미 연합 부대를 공격하는 역할을 한다. 가상의 북한군 총사령부인 셈이다. 지난해 2월 착공해 이번 키 리졸브 연습에서 처음 가동됐다.

지난해까지는 경기도 동두천 주한 미 2사단의 미군전쟁모의시설(WTC)이 북한군 사령부 역할을 했다. 우리 군은 2015년 12월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을 앞두고 한국군 주도로 모의전투 연습을 총괄하기 위해 이 본부를 만들었다. 미군이 맡았던 북한 최고사령관 역할도 한국군으로 넘어왔다. 수원 모의본부에서 ‘김정은’으로 통하는 이 예비역 준장은 “모든 게 컴퓨터로 진행되지만 북한의 전술교리와 작전계획, 전력을 반영해 실제와 같은 한반도 전장 환경을 상정해놓고 훈련한다”고 말했다.

수원 모의본부는 지상 3층(연면적 3372㎡) 규모로 최첨단 통신·전자 시스템과 화상회의 시설을 갖췄다. 한국군 230여명과 주한미군 및 미군 태평양사령부에서 파견된 30여명의 전문가들이 대항군으로 편성됐다. 이 본부는 서울 용산 미군기지의 연합전투모의훈련센터(CBSC)와 연결돼 있다. 같은 시각 CBSC에서는 북한군 격퇴 작전을 펼쳤다. 수원의 ‘북한군 사령부’가 입력한 작전에 대응해 용산의 한·미 연합군 사령부가 반격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북한은 이날 동해 공해상으로 단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군 소식통은 “동해 지역에서 화력훈련을 하는 북한군이 KN-02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두 발 공해상으로 시험 발사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한 대외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 5개 섬과 군사분계선 지구에 사는 주민은 피란 가는 것이 상책”이라고 위협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