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거래처 가로챈 SKC에 “2억 지급” 판결

입력 2013-03-15 18:29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조모(49)씨는 1999년부터 SKC㈜로부터 의료기기용 감열지 등을 공급받아 국내에 판매해 왔으며 2001년 영국의 유명 화학회사 ICI에도 감열지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듬해 ICI가 감열지 주문량을 6배가량 늘리자 SKC는 직접 ICI와 거래하기 시작했다. 조씨에게는 직거래로 거래 방식을 바꾸겠다는 통보가 날아왔다. 조씨가 항의하자 SKC는 ICI와의 거래에서 발생한 수익금의 1.7%를 떼어주겠다고 약속했고, 영국 이외의 국가에 대한 감열지 수출권을 보장한다는 이면계약도 작성했다.

그러나 SKC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SKC는 미국 대만 독일 등을 상대로 계속 감열지를 수출했다. 조씨의 항의를 받은 SKC 측은 시치미를 뗐다. SKC는 “거래처를 뺏긴 조씨가 이면계약서를 만들어 SKC 사무실로 가지고 왔고, 담당자는 책임을 면피할 생각에 도장만 찍어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씨는 SKC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조씨는 1심에서 패했다. 하지만 서울고법 민사5부(부장판사 권택수)는 “조씨에게 2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대기업 입장에서 중소기업의 거래처를 탈취하는 것은 상도의상 비난받을 여지가 있고, 영어를 모르는 조씨를 상대로 수수료 약정서를 영문으로 작성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