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대림산업 공장 사고] 또 人災… 9개월前 비슷한 사고

입력 2013-03-15 18:28 수정 2013-03-15 23:45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대림산업㈜ 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는 안전조치 미흡으로 인한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회사 측이 공사기간을 서둘렀던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 공장에서는 지난해 6월에도 폭발사고가 나 9개월도 채 안돼 같은 사고가 되풀이됐다.

여수시 화치동 여수산단 내 대림산업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공장에서 지난 14일 오후 9시쯤 사일로(silo·저장탑)에서 폭발사고가 나 근로자 6명이 숨지고 1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번에는 가동을 멈춘 정기 보수였지만 협력업체 직원들이 늦은 시각까지 작업하다 사고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컸다. 사상자 중 15명은 용접배관 전문회사인 유한기술 소속 근로자들이다. 폭발은 용량 500t짜리 사일로의 하단에 출입문을 새로 만들려다 발생했다.

근로자들은 고밀도 폴리에틸렌의 중간제품인 분말 플러프(fluff)를 저장하는 사일로 내부검사를 쉽게 하기 위해 보강판 용접작업을 하던 도중 변을 당했다. 사고 당시 4개 사일로 주변 최상부(높이 30m)에 유한기술 소속 9명이 있었고, 2층(8m)에 유한기술 소속 6명과 대림산업 소속 1명이 있었다. 이들은 사일로 안에서 잇달아 1, 2차 폭발이 일어나면서 아래로 튕겨져 떨어졌다. 경찰 측이 15일 공개한 사고현장 CCTV 화면에도 당시 약 3초 간격으로 두 번의 폭발이 발생하고 근로자들과 소방당국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장면이 있었다. 지름 5m, 높이 25m 규모의 사일로 안에서 일어난 폭발은 덮개가 날아갈 정도의 위력이었다. 이 공장에는 이런 사일로가 6개 있다.

당시 사일로 주변 작업 근로자들은 아수라장이 된 현장에서 다친 동료들을 살리기 위해 그들을 안고 100m가량 뛰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회사 측은 매년 1개월간 실시하는 정기 정비계획에 따라 지난 12일부터 공장 가동을 멈추고 정비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대림산업 측은 이날 “사일로에 맨홀을 설치하기 위해 용접하던 중 내부의 잔류분진으로 불꽃이 옮겨 붙으면서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거듭 밝혔다. 또 사일로 안 폴리에틸렌을 모두 옮기고 용접작업 전 가스점검에서도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한기술과 건설플랜트노조 관계자들은 “회사가 진실을 숨기고 있다”며 격렬히 항의해 회사 측의 브리핑이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폭발사고 현장에서 유해화학물질 유출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산업안전공단, 가스안전공사 등과 함께 이날 오전 공장 본관 2층에 합동수사본부를 설치,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기 위한 감식작업 등을 벌였다.

광주지검 순천지청도 형사 제1부장검사, 부부장검사 1명, 검사 5명과 수사관 10명으로 이번 폭발사고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한편 건설플랜트노조 여수지부는 이날 여수시 신월동 여수장례식장에 숨진 근로자 6명의 합동분향소를 마련했다. 사고가 난 공장 정문 앞 광장에도 현장 분향소를 설치했다.

여수=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