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질환·박봉에 울고있는 미용사들… 장시간 화학약품에 노출·평균 월급 93만원
입력 2013-03-15 18:29
서울 개봉동의 한 미용실 원장 이모(51)씨 손에는 울긋불긋한 염증이 솟아 있었다. 파마약과 염색약에 장기간 노출돼 있던 탓이다. 이씨는 “미용사에게 피부염은 일종의 직업병”이라며 “현기증이 나거나 목구멍이 따끔거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미용실 직원들이 장기간 화학약품에 노출돼 피부나 호흡기 질환에 감염될 우려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근무시간은 법정 최대 근무시간을 넘어서고, 월급은 최저임금을 밑도는 등 근무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영동대 김명우 교수가 최근 대한피부미용학회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파마약이나 염색약을 사용할 때 제품에 표시된 내용을 확인하는 미용실 직원은 55.9%에 그쳤다. 미용실 직원 177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다. 내용을 확인한 직원들도 대부분은 시술 방법(44.5%), 효능(27.5%)만 읽고 안전과 관계된 주의사항(17.5%)이나 성분명(2.8%)은 읽지 않았다. 이유는 미용제품이 외국어로 적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제품에 주의사항 등이 제대로 기재돼 있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헤어 제품을 안전하게 사용하는 법을 배우지 않은 직원도 43.5%나 됐다. 김 교수는 5일 “제품 표시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직원들은 확인한 직원들보다 심혈관이나 호흡기 질환 증세가 심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미용제품에 포함된 암모니아 성분이 공기 중에 퍼져 미용사가 장시간 노출되면 눈, 피부에 자극을 주고 두통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상일 한국환경건강연구소장은 “미용약품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화학물질을 첨가하다 보니 피해를 미용사들이 떠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청년유니온이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전국 198개 미용실 매장 종사자들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미용업계 종사자들의 평균 월급은 93만원이었다. 시간당 2971원으로 법정 최저임금 4860원의 약 61%에 불과한 것이다.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법정 최대근무시간(52시간)보다 많은 64.9시간으로 조사됐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