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위식 오지마세요… 여행비 기부하세요”
입력 2013-03-15 18:09 수정 2013-03-16 00:09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번째 명령은 “내 즉위 축하 미사에 참석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바티칸의 페데리코 롬바르디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고국 아르헨티나의 신자들에게 로마에서 열리는 자신의 즉위 축하 미사에 참석할 여행 경비를 차라리 자선 단체에 기부하라며 방문 자제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즉위 축하 미사는 19일 열릴 예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3일 밤 선출 직후 바티칸의 아르헨티나 담당자를 만나 “비싼 여행 경비를 써가며 굳이 로마에 올 필요가 없다고 주교들과 신실한 신도에게 전해 달라”며 “그 대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자선단체에 그 돈을 기부하라”고 말했다. 대변인은 “교황이 오지 말라고 금한 것은 아니지만 불필요하다고만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2001년 추기경에 임명됐을 때도 그는 신자들에게 “비행기 삯을 가난한 사람에게 주라”며 임명식에 참석하지 말라고 권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14일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에서 선출 후 처음으로 집전한 미사에서도 신앙의 근본을 강조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그는 콘클라베에 참가한 추기경단 114명에게 “우리가 어디든 갈 수 있고 지을 수 있지만 예수를 찬양하지 않는다면 인심 좋은 비정부기구(NGO)에 지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십자가 없이 걷고, 십자가 없이 짓고, 십자가 없이 회개한다면 우리는 그리스도의 제자가 아니라 일상적인 존재일 뿐입니다.”
바티칸에서는 교황의 소탈한 면모가 연일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첫날엔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붉은 망토를 걸치지 않고 흰 가운 차림으로 나타났는가 하면, 숙소로 갈 때에도 준비된 리무진 승용차 대신 버스를 탔다. 그는 콘클라베 기간 동안 머문 숙소에서 나올 때에도 짐을 직접 챙기고 자기 돈으로 숙박비를 계산했다.
위엄 있는 교황에게 익숙했던 세계인들은 파격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교황은 늘 하던 대로 하는 것뿐인 모양이다. 추기경 시절에도 그가 지하철을 타고 다녔던 모습이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빈민촌을 찾아가 발을 씻어주고 입을 맞춘 사진도 공개됐다.
첫사랑의 실패가 소년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를 교황이 되는 길로 이끌었다는 보도도 눈길을 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열두 살 소년 베르골리오가 아말리아라는 소녀에게 “결혼하지 못하면 성직자가 되겠다”는 편지를 보냈으나 소녀 부모의 반대로 풋사랑은 이뤄지지 못했다고 전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