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손실 은폐·서류조작… ‘JP모건 회장의 추문’

입력 2013-03-15 18:08


글로벌 대형 금융기관들이 또다시 썩어 빠진 금융자본주의 행태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다.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에서 아직 벗어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대형 스캔들이 터질 것인지 우려된다.

미국 상원 조사위원회는 미국 내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가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숨기고 정보를 조작한 사건에 최고경영자까지 연루됐다고 15일 청문회를 앞두고 밝혔다. 미국 선물거래위원회도 세계 시장의 금값이 몇몇 은행의 담합으로 조작됐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파생상품 거래 실패로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이른바 ‘런던 고래’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미 상원은 청문회에 앞서 공개한 보고서에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이 관련 정보를 규제위원회에 제출하지 않고 감추었으며 내부 서류 조작에도 관련됐다고 밝혔다. 상원은 “다이먼이 이 사건에 깊숙이 연루돼 있으며 복잡한 상품구조에 대해 인지하고 있어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런던 고래 사건은 지난해 7월 영국 지점의 트레이더인 브루노 익실이 채권파생상품 투자 실패로 62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손실을 낸 사건이다. 런던 고래는 브루노의 별명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건 당시 JP모건은행 내부에서 위험한 투자에 대한 경고가 330회나 있었지만 이를 무시했다. 여기에는 다이먼 회장도 연루됐다. 그는 규제 당국에 위험한 선물 투자를 줄이겠다고 약속해 놓고는 오히려 투자를 늘렸고, 위험도를 측정하는 기준을 바꿨으며, 손실이 커지자 은행 감독 당국에 매일 제출해야 하는 손익보고서 작성을 일시적으로 중단시켰다. 이를 지적하는 조사위원을 향해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위험한 선물거래를 ‘위험회피를 위한 헤징 거래’라고 허위로 신고한 사실도 밝혀졌다.

뉴욕타임스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쟁 은행들이 휘청거리거나 문 닫는 동안 홀로 독주해온 JP모건이 시장에서 감독 당국보다 더 강력한 위상을 가지게 된 것이 문제의 근원”이라며 “조사에 참여한 상원 의원들은 JP모건의 경영진이 자만심에 가득 차서 감독 당국 직원들을 ‘멍청하다’고 부르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 런던의 금리 조작 사건을 조사 중인 미국 선물거래위원회가 금 선물거래 가격도 조작됐는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런던 선물시장의 금 가격은 매일 오전 10시30분과 오후 3시에 5개 은행이 제시하는 가격에 따라 결정된다. 여기에는 금리 조작에 참여했던 바클레이스 은행도 포함돼 있다. 런던에서 결정되는 가격은 전 세계 금 가격에 바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은과 기타 귀금속 가격을 좌우한다. 선물거래위원회는 2008년 은 가격이 급락했을 때부터 관련 조사를 벌여왔으며 금리 조작 사건 이후 조사 범위를 확대해 왔다고 WSJ는 보도했다.

한편 국민투표로 기업 임원에 대한 과도한 수당 지급을 금지한 스위스에서 금융기업 UBS가 지난해 임원들에게 25억 스위스프랑(약 2조9414억원)의 보너스를 지급했다고 스위스 공영방송 스위스인포가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UBS의 경영손실 금액과 맞먹는 규모다. UBS는 또 투자은행 부문 대표로 취임한 안드리아 오르셀에게 2500만 스위스 프랑(294억여원)의 입사장려금(골든헬로)을 지불했다. 골든헬로는 스위스 국민투표로 제정된 법에서 금지하고 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