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승용차] 장관님 愛馬는 ‘그랜저’… 장관(급)·후보자 소유차량 전수 분석

입력 2013-03-15 18:02 수정 2013-03-15 23:59


박근혜 정부 국무위원들이 선호하는 차량은 현대자동차 그랜저였다. 관용차가 아닌 개인 소유 차량 기준이다. 정홍원 국무총리 등 국회 인사청문회 무대에 섰던 국무위원 6명이 본인 혹은 배우자 명의로 그랜저를 소유하고 있었다. 2위는 현대차 쏘나타로 4명이 선택했다. 2000년대 초반 베스트셀링카에 올랐던 르노삼성자동차 SM520은 3명, K시리즈 이전 기아자동차의 주요 세단이던 로체는 2명이 갖고 있었다.

국민일보는 15일 새 정부 출범을 맞아 최근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 보낸 국무위원 18명의 인사청문 요청안 재산신고 내역 가운데 개인 소유 차량을 전수 분석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현재 국가에서 보내준 검은색 대형 세단인 관용차를 타고 있는데, 집에서 타는 개인 차량도 대부분 세단이었다.

최대 배기량 차를 보유한 이는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다. 인사청문회에서 퇴역 후 무기업체 로비스트 활동 의혹이 시원하게 해소되지 않은 그는 2009년식 제네시스 3.8 모델을 신고했다. 제네시스는 현대차가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 상승세를 꺾기 위해 내놓은 전문직 타깃 고급 세단으로, 운전하는 즐거움을 배가시킨 차량이다. 에쿠스가 운전기사를 두는 회장님의 차라면, 제네시스는 손수 핸들을 잡는 변호사나 의사 등을 위한 차다. 김 후보자는 1997년식 옛 대우자동차 레간자도 세컨드카로 갖고 있다.

크기로만 치면 황교안 법무장관의 차도 제네시스에 뒤지지 않는다. 황 장관은 검찰 퇴직 후 로펌에 근무할 때 2009년식 쌍용차 체어맨 3.2 모델을 구입했다. 역시 2000년식 현대차 EF쏘나타도 세컨드카로 보유하고 있다.

국무위원 중 유일하게 수입차를 보유한 이는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다. 95년식 볼보 960을 몰고 있다. 지금은 스웨덴의 볼보가 중국의 지리자동차로 경영권이 넘어갔지만, 90년대만 해도 볼보는 벤츠 및 BMW와 함께 세계 고급차 시장을 이끈 삼두마차였다. 요즘으로 치면 볼보 960은 BMW 7시리즈에 버금가는 3000㏄급 세단이다. 당시 국내에서 이 차를 선택한 사람이 채 100명도 되지 않을 정도로 VIP만 탔다. 방 장관 측은 “부친이 타시던 차인데 중고차로 넘기기 뭣해서 물려받아 몰고 있다”고 말했다. 방 장관은 이 차의 현재 가치를 ‘95만원’이라고 국가에 신고했다.

정 총리와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본인 차가 없다. 대신 배우자가 보유하고 있다. 정 총리 부인은 2009년식 그랜저, 유 장관과 윤 장관 배우자도 2011년식 그랜저를 몬다. 직업이 의사인 윤 장관의 부인은 특이하게도 문짝이 2개뿐인 스포츠 쿠페 모델 기아차 포르테쿱도 갖고 있다. 윤 장관 측은 “현재 군복무 중인 장남이 타던 것”이라며 “등록만 엄마 이름으로 했다”고 밝혔다. 역시 의사인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부인은 SM520을 운행한다.

금융위원회 신제윤 위원장과 여성가족부 조윤선 장관은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도 소유 차량이 없다고 신고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