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朴대통령 ‘대탕평’ 접고 전문성·믿음 중시] 4대 권력기관장 영·호남 없다

입력 2013-03-15 18:02 수정 2013-03-15 23:58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검찰총장·경찰청장·국세청장을 내정했다. 지난 2일 내정한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를 포함해 새 정부 출범 18일 만에 4대 권력기관장 인사를 일단 마무리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정부조직법 개정안 장기표류 등 정권 초기 불안 요소를 돌파하기 위해 ‘대탕평’보다는 ‘전문성’과 ‘믿고 쓸 수 있는 카드’를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영·호남 출신이 없다는 점이다. 4대 권력기관장 가운데 대전 출신의 김덕중 국세청장 후보자를 제외한 남재준 국정원장, 채동욱 검찰총장, 이성한 경찰청장 후보자는 모두 서울 출신이다. 이명박 정부 초대 권력기관장이 영남 3명에 충청 1명이었던 것과 큰 차이가 난다. 영남 우대도 없지만 호남 배려도 없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호남 출신이 권력기관장 인선에서 소외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때문에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호남에서 “대통령이 된다면 제일 먼저 대탕평 인사부터 펼칠 것”이라며 “호남의 인재, 여러분 아들과 딸들이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권력기관장에 호남 출신 인사가 중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전남 순천 출신의 소병철 대구고검장이 검찰총장에 임명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막판까지 흘러나온 이유다. 앞서 호남 총리론도 나왔고, 국정원장 인선에서 전북 전주 태생인 김관진 현 국방부 장관이 거론되기도 했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인선을 발표하며 “채 후보자 선산이 전북 임실에 있고 아버지는 5대 종손이다. 매년 선산에 다니는 그 지역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고 애써 강조했지만 호남 민심은 냉랭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지난 정부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사와 같은 특정 지역 및 대학 편중은 피했다는 평가다. 내정된 4대 권력기관장은 출신대학이 모두 다르다.

이처럼 박 대통령은 대탕평 카드를 접는 대신 4대 권력기관장 인사를 통해 향후 국정운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도를 확고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임이 예상됐던 경찰청장을 포함해 4대 권력기관장을 전부 교체한 것도 의지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국정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은 유임됐었다. 육군 대장 출신의 남 국정원장을 통해 북핵 등 한반도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복지공약 실천을 위해선 국세청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또 수장 교체를 통해 대선 과정에서 다소 흐트러진 검·경 등 사정조직을 정비할 것으로 관측된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