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무조사는 뒷전, 뇌물 받는데 혈안이 된 국세청
입력 2013-03-15 17:47
세무조사를 하랬더니 기업의 편의를 봐주면서 뇌물을 받아 챙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 세무조사 담당직원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그것도 한 팀 소속 직원 9명 전원이 1년 4개월간 7개 기업으로부터 3억여원의 뇌물을 받아 나눠가졌다고 하니 충격적이다.
뇌물수수 방법을 보면 이들의 직업이 무엇인지 헷갈릴 정도다. 의류업체, 증권회사, 사교육업체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호텔이나 심지어 세무조사 장소 등에서 만나 쇼핑백에 든 현금이나 상품권을 챙겼는데 이런 식이라면 세무조사는 뒷전이고 뇌물 받는데 심혈을 기울였을 게 뻔하다. 경찰은 상급 간부에게도 뇌물 상납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는데 상명하복이 엄격한 국세청 조직문화 상 의심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아직도 세무조사와 관련한 뇌물수수 비리가 터져나오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조세행정이 선진화되기엔 한참 멀었다. 공무원들이 뇌물을 받고 제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부정부패가 만연한 후진국들과 다를 게 없다.
박근혜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국내총생산(GDP)의 30%로 추정되는 탈세를 잡아내기만 해도 복지정책을 위한 세수확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선 검은 돈을 추적하는 국세청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뇌물이나 받으면서 탈세를 눈감아주거나 추징해야 할 세금을 깎아준다면 나라 곳간은 어떻게 되겠는가.
역대 국세청장마다 개혁을 외쳤지만 허언이었다. ‘저승사자’로 불릴 만큼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다보니 검은 돈의 유혹에 상시 노출돼 있는 게 문제다. 비리를 원천적으로 없애기 위해선 개인의 도덕성에 맡기기보다 시스템을 보완하는 게 우선이다. 현직 공무원이 기업 관련 인사나 전직 공무원을 만날 때는 공개된 장소로 제한하고, 기록을 남기는 것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번 집단뇌물수수 사건으로 땅에 떨어진 국세청 신뢰를 회복하고 직원들의 비리근절대책을 세우는 것이 신임 김덕중 국세청장 후보자의 첫번째 임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