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포획된 후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를 했던 남방큰돌고래가 드디어 다음 달 고향인 제주 바다로 돌아간다는 소식이다. 그곳 가두리 양식장에서 야생적응훈련을 거치고 6월에는 진짜 바다로 나가 동료와 가족의 품에 안길 계획이라는 것.
고래연구소에서는 ‘JDB009’, 제주도 퍼시픽랜드에서는 ‘D-31’로 불렸던 이 돌고래의 이름은 ‘제돌이’다. 아니, 제돌이도 서울대공원에서 인간들이 붙여준 이름일 뿐 본명은 아니다. 과연 제돌이의 본명은 무엇일까? 태어나서부터 인간에게 붙잡히기 전까지 약 10년 동안 다른 돌고래들이 불렀을 제돌이의 진짜 이름말이다.
설마 동물들이 각자 고유의 이름을 지어서 부를까 싶지마는 돌고래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미국 플로리다주 사라소타에서는 미국, 영국 연구진이 수십 년 동안 돌고래 연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야생에서 함께 다니던 돌고래를 서로 다른 곳에 넣고 행동변화를 관찰하는 연구를 수없이 진행해 돌고래들이 각자 이름을 지은 후 평생 사용한다고 주장한다.
대부분 동물들은 울음소리로 의사소통을 하고 감정을 전달한다. 하지만 언어를 배워 사물에 대응시키는 행위는 이제껏 회색앵무새와 큰돌고래에서만 발견됐다. 그런데 더 나아가 돌고래는 이름을 지어 서로 부르고 심지어 제3의 돌고래 이름을 섞어서 대화를 나누기까지 한다는 것.
세상에서 가장 수다스러운 동물로 알려진 돌고래는 동물 중에서 가장 뛰어난 언어 능력을 지니고 있다. 약 700종류의 소리를 내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사용하는 언어는 서로 다른 종 간의 차이가 놀라울 정도로 크다. 따라서 큰돌고래가 내는 소리를 청백돌고래는 알아듣지 못한다.
게다가 사투리까지 사용한다. 같은 종이라도 서식 지역이 다를 경우 서로 다른 소리를 낸다. 예를 들면 동태평양에 사는 돌고래와 서태평양에 사는 돌고래의 언어가 서로 다르다.
바닷속에서는 아무리 물이 맑아도 60m 이상 보이지 않으므로 동작이나 몸짓보다 소리로 부근의 지형과 먹이, 적의 위치 등의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서 돌고래들은 에스페란토 같은 국제 공통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서로 다른 종은 평소 각기 다른 고유의 소리를 내지만, 서식지가 겹치는 지역에서 매일 마주칠 때는 발성 방식을 바꿔 공통의 언어를 구사한다는 것. 넓은 바다로 방류되어 동료들을 만났을 때 제돌이가 건넬 첫 마디는 과연 무엇일까?
이성규(과학 칼럼니스트)
[사이언스 토크] 제돌이의 수다
입력 2013-03-15 1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