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교회에 답이 있다] ‘성경적 힐링’으로 폭력 재발 막는다

입력 2013-03-15 17:30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학생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에도 친구들의 집단 괴롭힘에 힘들어하던 고교생 최모(15)군이 경북 경산의 한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학교폭력으로 인한 이 같은 자살 사건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 정부는 그때마다 대책을 내놓곤 하지만 학교폭력은 줄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나 CCTV 설치 확대 등의 조치도 필요하지만 이는 대증적 요법”이라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학생들, 특히 폭력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의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국 교회가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 교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학교폭력은 피해 학생의 상처 치유에 초점을 맞추되 가해 학생의 상처도 어루만져야 하기에 이는 사랑과 용서가 본질인 종교, 그 중에서도 사회적 사역에 적극적인 기독교가 적합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회의 역할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현재 걸음마 수준인 교회와 교계의 학교폭력 관련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꾸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회복적 생활교육’ 프로그램의 재발 방지 효과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A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B군을 괴롭혔다. B군의 급소를 발로 차기도 했다. 지난해 3월 A군의 어머니, B군과 그의 어머니, 전문 상담가 등이 한 교사단체가 주관한 회복적 프로그램에 모였다. A군의 어머니는 “아들이 장난으로 한 일”이라고 해명했으나 B군은 눈물을 쏟으며 울분을 토해냈다. 처음에는 어머니들 사이에 격한 말까지 오갔지만 마지막에는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B군의 심정을 전해들은 A군은 “그렇게 힘들어할 줄 몰랐다”면서 사과했다.

지난해 말 담임교사는 “A군은 수업시간에 갑자기 친구를 때릴 정도로 거친 학생이었다”며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 프로그램에 계속 참여한 뒤 감정이 격해지면 잠시 책상 위에 엎드려서 마음을 다스릴 줄 알게 됐다”고 했다.

이는 기독교사 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이 지난해 시범운영 한 ‘회복적 생활교육’의 사례다. 이 프로그램은 가해·피해 학생을 모두 치유받아야 할 대상으로 본다. 그래서 양쪽을 무작정 떼어내기보다는 한 자리에 불러 서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게 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폭력을 예방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효과가 높지만 현실적으로 이 같은 프로그램을 정착시키기란 쉽지 않다. 박숙영 좋은교사운동 회복적생활교육위원장은 “전문적인 화해·조정 훈련을 받은 교사가 부족할 뿐 아니라 이 프로그램을 교육 현장에서 적용할 만큼 교사들의 여력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어려움을 감안해 전문기독상담사를 직접 훈련해 학교로 파견하는 교회도 있다. 기독교적 가치관으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전문가를 교회가 직접 키워 인력이 부족한 학교를 지원하는 것이다. 서울 사랑의교회의 ‘이삭농장’이 그런 사례다. 이삭농장은 상담전문기관 등과 협력해 성경적 화해·조정자를 훈련, 경기도 남양주시 등지의 학교에 파견하는 비전을 세웠다. 사랑의교회 정감운동본부 주성진 목사는 “평신도 40여명이 3월 21일 상담훈련 과정을 수료할 예정”이라며 “이들을 파견할 수 있도록 여러 학교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학교 함께 손잡은 치유모델 개발해야

학교폭력과 관련해 다양한 대책이 추진되는 만큼 “전문성이 떨어지는 교회가 굳이 학교폭력 예방 활동에 나서야 하느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2011년 대구의 중학생이 학교폭력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상담교사 및 상담경찰 교내 배치, 학교전담 경찰관제 도입, 학교폭력 행위 생활부 기록 등 범정부 종합대책이 마련됐지만 학교폭력 피해 실태는 줄지 않고 있다. 정부에만 맡겨 놓을 수 없다는 반증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15일 “문제 학생을 처벌하는 수준은 강화됐지만 가해·피해 학생을 서로 화해시키는 장치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깔린 폭력적인 문화를 바로잡는 노력이 절실하다”며 “처벌 위주의 방식은 또 다른 폭력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법·제도로 풀어내지 못하는 부분을 종교가 맡아야 한다는 처방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회 전반의 폭력성을 걷어내고 그 상처를 치유하는 역할은 종교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와 바로 이웃해 전국 곳곳에 있는 교회가 이 역할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다.

교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한 좋은 모델이 있다.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과천교회와 과천중학교가 손잡고 지난 12일 문을 연 ‘힐링센터’가 대표적이다. 힐링센터는 학교 안에 상담 공간을 마련하고 전문교육을 받은 전도사가 상주한다. 힐링센터를 중심으로 외부 심리상담 기관과 연계하는 프로그램도 진행될 예정이다. 전도사가 학교에 상주함에도 특정 종교 편향이라는 시비에서 벗어났다.

과천교회 교육기획위원회 이진우 목사는 “교사들뿐 아니라 학부모대표 회의를 거쳐 힐링센터의 교육 프로그램을 교칙에 반영했고 관할 교육청의 허락도 받았다”며 “교회는 노골적인 전도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서 선한 영향력을 나누기를 원했고 학교는 교회의 진심을 믿어 성사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학교의 징계나 형사처벌 이전에 화해를 통한 치유 활동에 교회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요청했다. 한국평화교육훈련원 이재영 원장은 “북미에는 법적 절차를 밟기 전에 공인된 민간센터에서 학교폭력 당사자들이 화해할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돼 있다”며 “한국교회도 교회 내에 별도의 화해 공간을 마련하는 등 갈등 해결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