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시] 벗 하나 있었으면

입력 2013-03-15 17:16


도종환(1954~ )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있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는데

달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 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흑 속에서도

다시 먼 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