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재 박사의 성서 건강학] 산소와 수명
입력 2013-03-15 17:17
구약의 신명기 34장 7절에 “모세가 죽을 때에 120세나 그 눈이 흐리지 아니 하였고 기력이 다하지 아니 하였더라”라는 말씀이 있다. 출애굽을 마치고 비스가산 꼭대기에서 120년의 수명을 다하고 있는 모세의 모습을 성경이 그리고 있다. 평범한 표현으로 보이지만 인간의 노화 현상을 연구하는 필자에게는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구절이다. 노화 현상과 수명에 관한 대단히 중요한 사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조물주이신 하나님께서 인간의 생명을 창조하시고 어떠한 질서로 생을 다하게 하시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즉 하나님의 온전한 생명 질서는 결코 암이나 동맥경화성 질환 같은 치명적 질환에 걸리고 특정 장기가 망가져 생명이 마감되는 것이 아니고 늙음이라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통해 마감되는 것임을 설명하고 있다. 마치 태엽시계가 감은 태엽이 되풀려 원래대로 돌아오는 순간 시계가 멈추듯 생명이 멈춘다는 것이다. 수명의 유전자 이론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왜 동물마다 수명이 다를까”에 대한 중요한 답이 된다. 실험실 쥐는 아무리 완벽한 조건에서 키워도 3년을 전후해 죽는다. 실험실에서 인간의 세포나 쥐의 세포가 많이 실험에 사용되는데 배양될 때의 조건은 완벽하게 같을 뿐 아니라 현미경으로 두 세포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없다. 그러나 그 세포들이 일단 개체를 이루면 수명은 전혀 다른 양상을 띠게 된다. 즉 사람은 현재 최소 70∼80년을 사는 데 비해 쥐는 3년 근처를 사는 것으로 볼 때 분명 수명을 결정하는 유전적 배경이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명확하게 유전적 실체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명에 대한 의문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렇다면 특정 민족은 평균수명이 50세를 넘지 못하는데 왜 어느 지역은 100세에 가까운 수명을 살고 있을 까. 이를 설명하는 이론은 다름 아닌 비유전자이론이라 통칭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이론이 바로 활성산소이론이다.
즉 생명 유지를 위해 필연적으로 산소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때 사용된 산소의 평균 5% 정도가 독성이 강한 산소가 돼 서서히 생명을 소진시킨다는 이론이다. 유전자이론과 비유전자이론은 따로 작동하는 독립된 이론이 아니고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이론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즉 유전자 이론은 수명의 큰 틀을 결정하고 비유전자이론은 그 구체적인 작동기전을 설명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 두 이론이 만나는 점을 찾는 일이 바로 수명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될 것이다.
일부에서는 장수이론과 수명이론을 혼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예컨대 장수의 길은 지난 과거 우리 민족의 삶의 역사를 돌아보면 알 수 있다. 즉 과거 60년을 넘지 못하던 평균수명이 현재는 80년에 육박할 정도로 놀라운 신장을 하게 된 데는 상수도의 발달(깨끗한 물), 항생제의 개발(치명적 감염병의 치료)과 영양의 개선이라는 삶의 질 향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이 세 가지를 통해서 장수의 길이 열린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게 여전히 우리는 죽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장수의 길이 열렸음에도 우리가 죽어 가는 기전이 무엇이냐를 설명하는 이론이 바로 필자가 지금까지 설명한 수명이론인 것이다. 소식장수 현상이나 여성이 남성보다 전반적으로 긴 수명을 보이는 현상, 주요 장수촌이 아주 고산지대에 있는 등의 현상이 활성산소이론을 뒷받침해주는 주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서울대 의대 교수>
소식을 하는 사람이 에너지를 덜 쓰는 일은 당연하고 일회 호흡량이 남성의 80%에 불과한 여성(그래서 산소운반세포인 적혈구 수도 여성이 20% 적다)이 활성산소의 발생이 적으니 좀 더 오래 사는 일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나아가 산소가 평지의 70∼80%밖에 안 되는 고산지대에서 평생을 살아온 고산인들 중에서 100세 노인을 만나는 일이 결코 어렵지 않은 것 또한 당연하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