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생개혁의 시금석 될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입력 2013-03-14 20:38 수정 2013-03-14 22:45

산지의 시장대응능력 높이고 직거래 더 늘려가야

정부가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에 팔을 걷어붙일 태세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제 서울 양재동 농협하나로클럽 내 직거래 장터를 찾아 “유통단계 축소 등 유통구조 개선이 농축산물 가격 안정의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이동필 신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도 11일 취임사에서 ‘농산물 수급 안정과 유통구조 개선’을 5대 핵심 과제 중 하나로 거론했다. 이에 오는 5월까지 현재 최대 7단계인 농산물 유통 단계를 2∼3단계로 줄이는 내용을 포함한 정부 대책이 발표될 모양이다.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은 어제 오늘 거론된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거듭 제기되고 있는 까닭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농산물 자체의 특성과 유통구조의 특징이 자리 잡고 있다. 농산물은 생산기간이 길고 기후에 민감한 데다 대체재 마련이 쉽지 않아 걸핏하면 공급애로 사태가 빚어져 가격 폭등을 야기한다. 이뿐 아니라 대부분의 영세 생산자와 다수의 소비자 사이에 끼어들어 있는 복잡한 유통구조는 결과적으로 산지 가격과 소비자 가격의 괴리를 낳고 있다.

게다가 농산물은 가격이 오르내리더라도 수요 변화가 거의 없는 생필품처럼 가격탄력성이 낮은 상품 특성 때문에 때론 금값보다 비싸다는 금치, 금상추 등의 문제가 빚어지곤 했다. 이처럼 상품 가격의 진폭이 큰 만큼 시중에서 흔히 은어로 사용되는 몇몇 ‘오테(大手·큰손이란 뜻의 일본어)’ 상인들이 눈독을 들이는 분야가 돼 있다. 정부가 유통 단계 최소화에 대책의 초점을 맞춘 배경이 바로 그 때문이다.

유통 단계를 줄이면 유통마진 지불 횟수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는 점에서 당연한 정책 방향이라 하겠다. 특히 밭떼기(포전매매) 형식으로 산지 농산물을 싹쓸이해 공급 시기와 양을 제 맘대로 조율하면서 가격을 끌어올리는 오테 상인들의 준동을 막자면 산지와 소비자의 직거래를 유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간에도 정부는 산지유통센터, 도매시장, 물류센터의 저장·보관시설 확충 등에 힘써 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보다 앞서 필요한 것은 생산자와 오테 상인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이다. 무엇보다 영세한 농가가 일방적인 밭떼기 등에 휘둘리지 않도록 산지 농가들을 묶어내서 규모화를 유도하고 시장대응능력을 키워야 한다. 출하 단계에서도 규모화를 통한 표준규격화를 꾀할 때 산지 집적시설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의 최종 목표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위한 직거래가 바람직하겠으나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우선은 직거래 장터, 농산물 사이버 직거래 등을 더욱 활성화해야겠다. 새로운 유통 채널의 등장, 사회구조 변동 등에 따라 농산물 유통 환경이 늘 변화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유통구조 개선은 일시적인 목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다. 아울러 정부는 급격한 기후변화에 따른 공급 전망과 수급 예측력을 높이는 데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