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기 중에도 골프 즐긴 해·공군총장의 무감각

입력 2013-03-14 20:36 수정 2013-03-14 22:44

한반도의 긴장 수위가 최고조인 지난 주말 해군참모총장과 공군참모총장이 골프 회동을 가졌다고 한다. 국민과 장병들의 사기를 떨어뜨린 정신 나간 행동이다. 군 최고 수뇌부가 골프를 즐기던 그 순간에 한·미연합훈련인 키 리졸브를 준비하기 위해 미국 본토에서 미군이 파견됐고, 핵잠수함 요원들은 작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 사병들도 독수리 훈련을 하느라 밤잠을 설치며 적의 동태를 감시했다.

지금 우리의 안보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군 최고위층인 두 참모총장이 더 잘 알 것이다. 김정은은 연일 군 간부들을 대동하고 연평도 포격도발을 주도한 무도와 장재도 방어대를 시찰한 데 이어 백령도가 빤히 보이는 월내도 방어대를 찾아가 노골적인 침략을 공언하고 있다. 이 와중에 군 참모총장들이 참모들을 데리고 필드에서 공을 친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북의 위협이 계속되자 전방부대에서는 군화를 벗지 않고 취침하는 등 전군이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더욱이 새 정부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국가정보원장, 국방부장관 등 안보 지휘라인을 한 사람도 임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유사시 바다와 하늘을 장악해야 하는 군 최고책임자는 제 자리에서 부하 장병을 지휘하며 북이 감히 도발을 꿈꾸지도 못할 긴장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

더욱 한심한 것은 이들이 군부대 안에 있는 체력단련장에서 골프를 쳤기 때문에 별 문제가 아니라는 국방부의 안이한 태도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골프를 친 것이 별 일 아니라면 도대체 언제 골프를 쳐야 문제를 삼을 수 있는지 국방부는 제대로 설명하기 바란다. 국민의 불안감을 조금도 해소시키지 못하는 이런 정신 상태 때문에 군을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오는 26일은 천안함 폭침 3주기를 맞는 날이다. 젊은 장병 46명의 희생과 해군초계함 침몰이라는 참사를 잊지 않았다면 해군의 수장이 이런 행동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부하들을 차디찬 바다에 수장시킨 책임을 죽을 때까지 져도 모자랄 해군참모총장은 그들의 희생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했단 말인가.

양군 수뇌부의 안보위기 속 주말 골프는 군의 불신을 가중시켰다는 점에서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이미 해군과 공군은 천안함 사건 이후 군의 지휘구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반성에서 출발한 국방개혁을 앞장서 반대한 전력이 있다. 육군에 비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이유를 대며 예비역 장성과 현역 간부들이 음으로 양으로 군 개혁을 가로막았다. 이번 골프 사건은 왜 공군과 해군이 확실하게 개혁돼야 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준 예증이다.